경찰이 자체적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해 종결한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시 들여다보는 전담 부서가 문을 열었다. 수사권 분리로 직접수사 권한을 내려놓은 검찰 조직이 경찰 수사를 사후 심사·통제하는 기능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은 2026년 10월 15일 청 내에 '불송치심사 1부'와 '불송치심사 2부'를 신설하고 인력 배치를 마쳤다고 발표했다. 불송치심사1부장에는 이시전 전 서울중앙지검 인권보호부장이, 불송치심사2부장에는 김정옥 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각 부서에는 부장검사 외에 부부장검사 3명과 10년 이상 경력을 지닌 검사 6명 등 총 9명의 베테랑 검사가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반부패·조세·사이버·정보기술(IT) 범죄 등 전문 분야에서 수사와 공판 경험을 쌓은 인력들이다.

분산됐던 불송치 심사 통합… 피해자 직접 면담

신설된 불송치심사부는 기존 형사부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에 흩어져 있던 사건들을 넘겨받아 전담 심사한다. 사법경찰관의 불송치·수사중지 기록송부 사건과 피해자 이의신청 사건이 대상이다. 기존 인권보호부가 맡았던 서울경찰청 본청 신청 강제수사 영장 심사 업무도 이 부서로 통합 승계됐다.

심사 과정에서 수사 미진이나 증거 판단 오류, 법률 적용 하자가 발견되면 횟수 제한 없이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한다. 담당 경찰관서에서 공정한 처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상급 관서나 다른 수사기관으로 이관해 재수사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억울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고소인 등 사건 관계인의 의견을 검사가 직접 듣는 절차도 운영한다.

경찰관 직무감독 수위도 높인다. 형사소송법 제197조의2, 제197조의3, 제245조의8을 근거로 삼는다. 정당한 재수사 요구를 이행하지 않거나 직무 태만, 위법 행위, 사건 관계인과의 유착 의심 정황이 드러난 사법경찰관에게는 직무배제와 징계를 적극 요구하기로 했다.

연 60만 건 육박한 불송치… '사법통제' 명칭 논란 딛고 출범

이번 직제 개편은 2026년 10월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직접수사와 자체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공소청 체제로 전환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검찰에 넘어온 연간 경찰 불송치 기록은 2023년 40만 8,417건에서 2025년 59만 6,403건으로 2년 만에 60% 가까이 급증했다. 같은 기간 수사중지 기록 송부 건수도 8만 3,601건에서 12만 532건으로 크게 늘어 사후 점검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출범 과정에서 진통도 겪었다. 법무부는 지난 9월 초 전국 18개 지방공소청에 19개 부 규모의 '사법통제부'를 신설하는 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정치권 반발이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최고위원은 "지도·조언이라는 이름으로 과거의 수사지휘를 되살리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김용민 의원도 "법원의 사법통제를 받아야 할 검찰이 사법통제부를 신설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9월 중순 고위당정협의회를 거치며 부서 명칭은 '불송치심사부'로 바뀌었다. 설치 규모도 대폭 줄어 춘천·청주·울산·창원·전주·제주 등 6개 청이 제외된 12개 청 13개 부로 축소됐다. 일반직 공무원 정원 역시 입법예고안 78명에서 55명으로 약 30% 감축됐다.

반복되는 재수사 요구로 사건 지연 우려도

불송치심사부 출범으로 고소인과 피해자는 경찰의 종결 처분에 불복할 때 전문 검사들의 재심사를 받는 구제 창구를 갖추게 됐다. 형사 변호 실무 역시 수사 대응을 넘어 불송치 결정의 법리 하자를 짚어내는 사후 심사 단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전망이다.

한계와 과제도 공존한다. 검사에게 직접 보완수사 권한이 없는 탓에 경찰에 재수사 요구를 거듭 보낼 경우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사건 처리가 장기화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연간 60만 건에 이르는 불송치 사건을 서울중앙 외 대폭 축소된 지방 인력으로 충분히 걸러낼 수 있을지도 지켜볼 대목으로 꼽힌다.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은 "불송치 사건의 적법성과 적정성을 세밀하게 점검해 사건 암장이나 부실 수사로 범죄 피해자가 억울해하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