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던 연인이 자택에 외도 상대를 불러 부정한 행위를 저질렀다면 법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많은 피해자가 이른바 상간죄 형사고소를 떠올리지만, 국내 법제에서 간통죄가 폐지된 만큼 형사 처벌을 요구하기는 어렵다. 대신 민법상 약혼 해제에 따른 손해배상과 함께, 혼인을 전제로 건넨 돈을 돌려받는 민사상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교제 기간 신축 아파트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결혼식장을 알아보는 등 구체적인 혼인 준비 단계에 들어섰다면 양측 사이에는 법률상 약혼 관계가 성립한 것으로 본다. 민법 제804조는 약혼 당사자 일방이 타인과 간음하는 등 중대한 사유가 있는 경우 상대방이 약혼을 해제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부정행위는 명백한 약혼 해제 사유이자 유책 사유에 해당한다.
상대방의 잘못으로 약혼이 파탄 났다면 결혼식장 대금 명목 등으로 송금한 돈은 법적으로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 대법원은 혼인의 불성립을 해제조건으로 하여 건넨 금품이나 예물은 약혼 해제 시 원상회복돼야 하며, 파탄에 과실이 있는 유책자는 이를 보유할 권리가 없다고 판시해 왔다(대법원 76므41 판결). 약혼녀에게 건넨 800만 원은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반환 대상이 되므로, 자발적 반환을 거부하면 법원에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민법 제806조에 따라 정신적 고통에 따른 위자료와 재산상 손해배상 청구도 병행 가능하다. 약혼 준비 과정에서 지출한 예식장 위약금이나 실질적인 손실 비용이 배상 범위에 포함된다. 다만 아파트 전세계약은 명의와 실제 분담 비율에 맞춰 보증금 반환 채권을 명확히 정산해야 후속 분쟁을 방지할 수 있다.
외도를 저지른 제3자를 상대로 낸 민사소송은 입증 책임이 핵심 변수다. 제3자가 혼인의 본질인 공동생활을 침해하면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만(대법원 2011므2997 전원합의체 판결), 약혼 단계에서는 상대 남성이 여성의 약혼이나 동거 사실을 알면서도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는 고의를 원고가 증명해야 한다. 이를 입증하지 못하면 제3자를 상대로 한 청구는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형사 처벌을 목적으로 주거침입죄를 적용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외부인이 공동거주자 중 한 사람의 현실적 승낙을 받아 주거에 들어갔다면,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더라도 형법상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례를 변경했다(대법원 2020도12630 판결). 동거인의 승낙을 받고 들어온 이상 형사고소보다는 부정행위 정황을 민사 증거로 구성하는 편이 실효적이다.
파혼 피해자가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려면 불법 녹음이나 감정적인 폭로로 인한 명예훼손 등 파생 분쟁을 피하고 차분하게 증거를 수집해야 한다. 800만 원 송금 내역서와 결혼 준비 목적을 입증할 대화 기록, 아파트 출입 기록과 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를 취합해 약혼 해제 통보와 민사소송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