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사별한 뒤 홀로 지내다 뒤늦게 새로운 인연을 만나 사실혼을 맺는 황혼 커플이 늘고 있다. 그러나 수년 만에 갈등이 불거져 결별 수순을 밟게 될 때, 기존에 일궈둔 아파트나 예금을 나눠줘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가족 간 법적 분쟁이 적지 않게 벌어진다.

대법원은 1995년 3월 28일 선고한 판결(94므1584)에서 부부 공동생활의 실질이 인정되는 사실혼 관계가 깨질 때도 민법 제839조의2 재산분할청구권 규정을 유추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적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해서 상대방이 요구하는 고유재산이 모두 분할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혼 전 형성된 '특유재산'의 분할 기준

가장 핵심이 되는 쟁점은 사실혼 이전부터 일방이 보유해 온 재산의 처리다. 민법 제830조 제1항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을 각자의 특유재산으로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97므1486)에 따르면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며, 상대방이 적극적으로 그 재산의 유지에 협력해 감소를 방지했거나 증식에 협력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분할 대상에 포함된다.

20~30년 이상 동거하며 자녀를 키우고 가사를 전담한 장기 혼인에서는 전업주부라도 기존 재산에서 30~50% 안팎의 기여도를 인정받는 사례가 흔하다. 반면 혼인 기간이 2년 안팎으로 짧고, 상대방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아 부부 공동의 재산 증식액이 전무하다면 상황이 전혀 달라진다. 단기간의 단순 동거나 가사 관여만으로는 수십 년간 형성된 상대방의 고유재산 유지에 기여했다고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0년 살면 집 사주겠다" 구두 약속의 효력

동거 초기에 오간 구두 약속 역시 법적 강제력을 갖기 어렵다. "10년 정도 함께 살면 작은 아파트를 마련해 주겠다"는 식의 구두 약속은 법률상 정지조건부 증여 계약에 해당한다. 민법 제147조 제1항에 따라 정해진 조건이 성취되어야 효력이 발생하는데, 2년 만에 사실혼이 깨졌다면 조건 성취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문서로 남기지 않은 구두 증여는 언제든 없던 일로 돌릴 수 있다. 민법 제555조는 증여 의사가 서면으로 표시되지 않은 경우 각 당사자가 이를 해제할 수 있다고 못 박았다. 대법원 역시 서면에 의하지 않은 증여는 각 당사자가 원칙적으로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판단(2021다299976)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매월 지급한 생활비와 급여성 금원의 성격

사실혼 기간에 상대방에게 매월 정기적으로 지급한 돈도 분할액 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생활비와 별도로 매월 100만 원씩 일정한 급여 명목으로 돈을 건넸다면, 이는 사실혼 기간 동거와 가사의 실질적 대가나 사전 급부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더라도 이 같은 정기 지급 내역은 상대방의 기여도를 배제하거나 분할 요구 금액을 상쇄하는 강력한 방어 근거가 된다.

법조계에서는 사실혼 청산 시 불필요한 재산 손실을 막기 위해 파탄 시점의 재산 상태를 서둘러 정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법원 판례(2022므11027)상 사실혼 해소에 따른 재산분할 대상과 액수는 관계가 끝난 날을 기준으로 확정된다. 상대방의 구두 증여 주장에는 서면 미작성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 의사를 내용증명 등으로 신속히 통지하고, 혼인 전 취득 재산의 취득 시점과 매월 오간 금융 거래 명세를 객관적 증거로 정리해 두는 조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