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등 송·배전사업자의 요구로 발전소 공급전압이 바뀌더라도 발전사업자가 별도 변경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인허가 지연으로 전력망 접속 순번이 뒤로 밀려 사업이 늦어지던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사업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기후에너지환경부령 제00063호)을 2026년 10월 16일 공포하고 즉시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으로 전기사업 허가 후 공급전압이 바뀌더라도 송전사업자나 배전사업자의 사유일 때는 중요 사항 변경허가 대상에서 제외된다.

종전에는 전기사업 허가를 받은 사업자가 공급전압을 바꿀 때 발생 원인과 무관하게 관할 관청의 변경허가를 받아야 했다. 변경허가 신청이 들어가면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가 신규 허가 수준으로 전력계통 영향을 다시 검토하면서 승인이 수개월씩 지연됐다. 이 과정에서 발전사업자 귀책이 아닌데도 계통 접속 순번이 다시 부여돼 준공하고도 전력을 송전하지 못하는 혼선이 반복됐다.

바뀐 시행규칙 제5조 제1항 제2호는 중요 변경허가 사항인 '공급전압' 항목에 단서를 신설했다. '송전사업자 또는 배전사업자의 사유로 공급전압이 변경되는 경우는 제외한다'는 문구를 명시해 행정 절차를 면제했다. 앞서 2025년 9월 29일 계통 연계장소 변경에 같은 예외 규정을 신설한 데 이어 공급전압 항목까지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이번 조치로 한국전력이 구축한 공동접속설비에 발전소를 연계하는 '에너지허브'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대규모 해상풍력과 태양광 발전사가 공동접속설비 전압 기준에 맞춰 공급전압을 조정하더라도 기존 접속 순번을 그대로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자 자체 설비 규격을 임의로 변경하는 등 사업자 귀책으로 전압이 바뀌는 경우에는 종전대로 변경허가를 받아야 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행정 부담이 줄어든 점을 반기면서도 전력망 인프라의 적기 구축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절차 간소화와 별개로 송전망 보강 공사가 지연되거나 접속비용 분담 기준이 명확하지 않으면 전력망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