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주주가 갑작스럽게 사망했을 때 상속인들이 채무 승계를 우려해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선택하면서 기업 현장의 혼선이 잇따르고 있다. 상속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주총회를 열거나 주주명부를 고쳤다가 결의 취소 등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민법 제1019조 제1항에 따르면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단순승인이나 한정승인, 포기를 관할 가정법원에 신고해야 한다. 이 기간을 넘기면 채무를 전부 떠안는 단순승인으로 간주된다. 주식 역시 상속재산에 포함되므로 피상속인 사망 즉시 상속인들에게 포괄 승계된다.
심판 고지 전까지 지위 유지…임의 명의개서 금물
실무상 핵심 쟁점은 상속포기를 신고했다고 해서 즉시 주주 지위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법원은 상속인이 가정법원에 상속포기 신고를 냈더라도 법원의 수리 심판이 고지되기 전까지는 대외적으로 상속인의 지위가 유지된다고 판단했다(2021다224446).
기업은 상속인들이 가정법원의 심판문 정본을 제출하기 전까지 주주명부를 임의로 변경해서는 안 된다. 여러 명의 공동상속인이 주식을 물려받으면 상법 제333조 제2항에 따라 준공유 상태가 된다. 상속인들이 권리를 행사할 1인을 정해 회사에 통지해야만 주주총회 의결권을 적법하게 행사할 수 있다.
전원 포기 땐 4촌까지 번져…1인 한정승인이 대안
선순위 상속인이 빚을 피하려 전원 상속포기를 선택하면 후순위인 손자녀나 형제자매, 4촌 이내 방계혈족에게 주식과 채무가 순차적으로 넘어간다. 법조계에서는 상속인 중 1명이 민법 제1028조에 따른 한정승인을 하고 나머지 상속인이 상속포기를 하는 방식이 회사 지분 정리와 가족 간 분쟁 차단에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한정승인은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만 빚을 갚는 조건부 승인이다.
상속인 전원이 포기해 상속인이 없게 되면 법인은 임시주주총회조차 열지 못하는 지배구조 마비에 빠질 수 있다. 이 경우 이해관계인은 민법 제1053조에 따라 가정법원에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청구해 의사결정 공백을 메워야 한다. 법원행정처 사법연감에 따르면 매년 전국 법원에 접수되는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신청 건수는 각각 2만~3만 건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