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 16만 8,000ℓ가 보관된 산업단지 유통업체에서 불길이 치솟자 정부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전면 대응에 나섰다. 인근 대형 공사 현장 근로자 등 7,000여 명이 긴급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위험물 취급 사업장의 안전관리 책임을 둘러싸고 당국의 조사가 본격화됐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2026년 10월 14일 울산 울주군 온산국가산업단지 공장 화재 현장에 가용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진압에 총력을 다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윤 장관은 소방청에 "공장 안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이 있는지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며 "산업단지 특성상 가연물이 많아 화재가 확산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구조물 붕괴 등 현장 위험 요소를 점검해 진화 인력의 안전사고를 막을 것도 강조했다.

한성숙 국무총리 역시 소방청에 화재 진압과 인명피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행안부와 경찰청 등 관계기관에는 현장 지원과 국민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도록 당부했다.

소방당국은 화재 발생 23분 뒤인 10월 14일 오전 10시 4분 소방 대응 1단계를 발령한 데 이어, 오전 10시 17분 국가소방동원령을 내렸다. 현장에는 소방관 등 인력 200여 명과 장비 40여 대, 헬기 3대 및 대용량포방사시스템이 투입돼 화재 발생 약 4시간 9분 만인 오후 1시 50분께 불길을 완전히 잡았다.

사실관계

이번 화재는 10월 14일 오전 9시 41분경 울산 울주군 온산읍 학남리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입주한 석유화학 유통·보관 업체 ㈜부승화학에서 발생했다. 옥외 저장탱크에서 제4류 위험물인 톨루엔을 배관을 거쳐 200ℓ 용기로 소분·이송하는 작업 중 폭발음과 스파크가 발생하며 발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길은 야적장에 보관 중이던 드럼통을 거쳐 톨루엔, 시너, 아세톤, 에탄올, 메탄올 등 제4류 위험물 16만 8,000ℓ가 저장된 옥외 탱크 7기로 옮겨붙어 시설을 모두 태웠다. 화재 당시 해당 사업장 근무자 10여 명이 스스로 대피하고, 인근 에쓰오일 샤힌프로젝트 패키지 1 건설 현장 작업자 7,000여 명이 작업을 멈추고 신속히 대피해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수사 쟁점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청, 고용노동부, 낙동강유역환경청,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등 관계기관은 10월 15일 현장 합동 감식을 벌이고 정확한 발화 원인 규명에 착수했다. 현장 관계자는 저장탱크 주입구 배관 쪽에서 스파크 소리를 듣고 밸브를 잠근 뒤 폭발이 일어났다며 정전기 발생 가능성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의 핵심 쟁점은 인화성 위험물 취급 시 요구되는 법정 안전조치 준수 여부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5조는 인화점이 낮은 액체를 용기나 탱크에 주입할 때 정전기 축적을 막기 위한 접지 및 본딩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위험물안전관리법 제5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도 위험물 소분·이송 과정에서 정전기 격증 방지 설비와 주입 속도 제한 등 기술기준을 지키도록 규정한다.

수사기관은 현장에서 수거한 배관과 밸브 감정, 폐쇄회로(CC)TV 분석 및 시뮬레이션을 거쳐 접지선 체결 여부와 배관 기밀 유지 상태를 집중 확인하고 있다. 작업 수칙 위반이나 정전기 방지 조치 미흡이 드러나면 업무상과실치상 등 형사책임은 물론 위험물안전관리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가 적용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