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영업비밀을 해외로 빼돌리고 자문료나 급여 명목으로 돈을 받았다면 범행 착수 전에 받았거나 정상적인 보조 행위가 섞여 있어도 수수한 금액 전부는 몰수·추징 대상인 범죄수익에 해당한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을 내리면서도 검찰이 공소사실로 기소하지 않은 행위의 대가까지 피고인에게서 추징할 수는 없다는 한계를 분명히 했다.

대법원 제3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 등으로 기소된 피고인 1에 대한 원심 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고 2026년 10월 8일 판결했다(2026도7031). 나머지 상고는 모두 기각했다.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국내 기업의 영업비밀을 국외로 누설·유출하고 그 대가로 금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유출 대가로 받은 금원에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적용해 몰수와 추징을 함께 청구했다.

실무에서는 기술 유출 사범들이 계약금이나 자문료 명목으로 사전 지급을 받거나 정상적인 용역을 일부 수행한 뒤 돈을 챙겼을 때, 이를 어디까지 '범죄행위의 보수'로 보아 전액 추징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려 왔다.

1심·원심 판단

원심은 피고인 1 등에게 유죄를 선고하면서 관련 수수 금원에 대한 추징을 함께 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추징 범위 산정에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봤다.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먼저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2조 제2호 (가)목의 '범죄행위의 보수로 얻은 재산'의 범위를 넓게 인정했다. 보수의 대상이 되는 행위에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 행위가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범죄행위와 목적을 같이하는 일련의 부수적·보조적 행위에 불과하거나 그 범죄행위가 없었더라면 대가를 지급할 이유가 없는 관계라면 지급된 돈이나 물품 전액이 범죄수익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범죄행위의 대가로 지급된 것이라면 범죄행위보다 앞서 혹은 나중에 지급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대가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추징의 한계도 분명히 그었다. 영업비밀 유출·누설과 관련해 돈이나 물품을 수수한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에게 실제로 기소된 범죄행위로 발생했거나 기소된 범죄의 대가로 볼 수 없다면 해당 피고인에게서 몰수·추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기소되지 않은 범죄 혐의의 대가까지 추징 대상에 포함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이유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해외 기술 유출 사건에서 범행 착수 전에 어떤 명목으로 돈을 받았든 대가성이 인정되면 전액 추징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 동시에 수사기관이 공소장에 구체적으로 적어 입증하지 않은 대가까지 추징할 수는 없다는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도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