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돈이나 대금을 돌려받지 못해 제기한 소액민사재판에서 패소한 뒤 억울함을 풀겠다며 항소했다가 2심에서도 패소하면 상대방 변호사 보수를 심급별로 각각 물어내야 한다. 민사소송법상 패소자 부담 원칙에 따라 1심과 항소심 비용이 독립적으로 누적 청구되므로 청구금액 대비 소송비용 손실이 커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민사소송법 제98조는 "소송비용은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소송에서 완전히 지면 상대방이 지출한 인지대와 송달료는 물론 소송대리인 변호사 보수까지 물어줘야 한다. 다만 패소자가 부담하는 변호사 보수는 상대방이 실제 지급한 수임료 전액이 아니라, 대법원규칙인 「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정한 한도 안에서만 인정된다.

핵심은 변호사 보수 산입 기준이 사건 전체가 아닌 각 심급 단위로 개별 계산된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2023년 11월 2일 자 결정(2023마5298)에서 민사소송법 제109조 제1항과 규칙 제3조 제1항을 들어 소송비용에 산입하는 변호사 보수는 각 심급 단위로 소송목적의 값에 맞춰 산정한다고 판단했다. 실제 지출한 보수액과 규칙상 산출액 가운데 적은 금액을 한도로 산입한다.

소액사건심판법상 소액재판 기준선인 소송목적의 값 3,000만 원 사건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비용 부담 규모는 상당하다. 규칙 별표에 따르면 3,000만 원 사건의 심급당 변호사 보수 산입 한도는 280만 원이다. 1심에서 전부 패소한 뒤 항소심에서도 항소가 기각돼 전부 패소 판결을 받으면, 1심 한도 280만 원과 2심 한도 280만 원이 합산돼 상대방 변호사 보수만 최대 560만 원까지 물어내야 한다. 여기에 1심의 1.5배가 드는 항소심 인지대와 송달료까지 더해지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 있다.

실무 전문가들도 감정적인 불복을 경계한다. 조유현 변호사(로엘 법무법인)는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에서도 패소한다면 1심과 2심 소송비용을 모두 부담할 수 있으나 전액이 아닌 대법원규칙에 따라 제한된다"며 "1심 판결을 변경할 근거가 있는지, 항소 실익과 추가 비용 부담 가능성을 신중히 따져야 한다"고 짚었다. 김홍일 대표변호사(법무법인 정서) 역시 "항소심까지 가면 두 심급 소송비용이 별도로 발생한다"며 "소액사건은 항소로 얻는 이익보다 추가 소송비용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청구금액 대비 비용을 철저히 계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액사건의 특수성도 항소 검토 시 걸림돌이다. 소액사건심판법 제11조의2 제3항은 판결서에 이유를 적지 않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이 때문에 패소자가 구체적인 패소 이유를 모른 채 억울함만으로 항소장을 냈다가 2심에서 판결을 뒤집지 못하고 비용만 불어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주상현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는 "변호사 보수는 심급단위로 산정돼 1심과 항소심이 별도로 계산되고, 현저히 부당한 경우에는 법원 재량으로 감액될 수 있다"면서도 두 심급의 비용이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항소를 제기하려면 기한 준수가 필수다. 민사소송의 항소 기간은 1심 판결문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2주(14일) 이내다. 단순히 1심 결론에 불복한다는 주장만으로는 결과를 바꾸기 어려우므로, 1심에서 미처 제출하지 못한 핵심 증거나 새로운 법리 주장이 있는지 먼저 확인해야 한다. 판결이 확정된 뒤 상대방이 청구해 오는 변호사 비용은 제1심 법원의 소송비용액확정 절차를 거쳐 최종 금액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