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에 접수된 전체 소송사건이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빚을 감당하지 못해 법원을 찾은 개인회생과 기업 파산 신청은 일제히 급증했다. 중대 범죄를 다루는 형사합의 사건 접수도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준으로 치솟아 재판 지연에 따른 사법부의 부담은 한층 커졌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2026년 9월 28일 발간한 '2026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5년 각급 법원에 접수된 전체 소송사건은 총 686만 3,796건으로 집계됐다. 2024년 691만 5,400건 대비 5만 1,604건(0.75%) 줄어들며 2022년 이후 3년 동안 이어진 증가세가 꺾였다.

민사사건은 469만 9,251건으로 전년보다 0.22% 감소했고, 형사사건 역시 176만 2,877건으로 3.11% 줄었다. 특히 1심 형사공판 접수는 22만 2,833건으로 전년 대비 7.15%(1만 7,148건) 감소했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단계의 인력 유출과 수사 지연 등이 형사 1심 접수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고물가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도산 사건은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갔다. 2025년 개인회생 접수는 14만 9,147건으로 전년보다 15.2% 늘어나며 4년 연속 증가했다. 법인파산 신청도 2,282건으로 전년(1,940건) 대비 17.6% 급증했고, 법원 합의부 회생사건 역시 1,321건으로 20.8% 늘어났다. 한계에 내몰린 자영업자와 한계기업의 연쇄 파산이 통계로 확인된 셈이다.

형사재판에서는 중대 사건의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1심 형사합의 사건 접수는 3만 2,469건으로 전년 대비 16.3% 증가하며 10년 새 최다치를 갈아치웠다. 2023년(2만 1,497건)과 비교하면 불과 2년 만에 51% 급증한 수치다. 1심 형사사건 중 합의사건 비중도 11.6%에서 14.6%로 3.0%포인트 상승했다.

난도 높은 사건이 몰리면서 재판 속도는 더 느려졌다. 1심 형사공판 평균 처리기간은 196.5일(합의사건 206.5일, 단독사건 195.1일)로 전년(185.3일)보다 11일 이상 늘었다. 2년 넘게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장기미제 피고인도 4,843명으로 14.7% 증가했다. 민사 1심 판결 종결까지는 합의부 기준 평균 500일이 걸렸다.

상고심 적체도 심각한 수준이다. 2025년 대법관 1인당 평균 사건 처리량은 4,084건으로, 지방법원 판사 1인당 처리량의 8.2배에 달했다. 권리자가 찾아가지 않아 10년의 소멸시효가 지나 국고에 귀속된 공탁금은 4만 119건, 총 1,077억 7,053만 원으로 집계됐다.

1976년 첫 발간 이후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사법연감은 대한민국 법원 홈페이지와 법원도서관 누리집에서 전자책과 PDF 파일로 전문을 열람할 수 있다. 대법원은 사법연감 50주년을 기념해 오는 11월 학술행사와 기념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