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실에서 피의자를 불러 조서를 작성하던 ‘피의자 신문’이 형사사법 체계에서 사라졌다. 검사의 직접 수사 착수를 규정하던 조문들이 폐지되고, 검사 업무는 경찰 수사에 관한 영장 심사와 보완적 사실관계 확인으로 개편됐다.
법무부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신설, 검사 수사권 폐지를 규정한 상위 법률 개정에 따라 종전 ‘인권보호수사규칙’을 ‘공소청 인권보호사무규칙’(법무부령 제01171호)으로 일부개정해 시행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은 2026년 10월 2일 개정 정부조직법과 공소청법, 개정 형사소송법이 일제히 시행된 데 따른 후속 정비다.
‘수사 착수’ 전면 삭제… ‘공소제기 여부 결정’으로 대체
개정 규칙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수사’라는 표현이 빠진 점이다. 제명부터 ‘수사규칙’에서 ‘사무규칙’으로 바뀌었다. 검사의 인권보호 책무를 규정한 제5조는 ‘공정한 수사’에서 ‘공정한 직무 수행’으로 제목을 바꾸고, 업무 내용을 “공소제기 여부 결정 등 직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고쳤다. 종전 검찰청법에 근거를 뒀던 ‘수사업무종사자’라는 표현도 ‘공소청 직원’으로 일괄 변경됐다.
검사의 자체 인지수사를 전제로 했던 조항들도 일제히 정비됐다. 종전 제2장의 표제였던 ‘수사절차에서의 인권보호’는 ‘영장 심사 등 과정에서의 인권보호’로 바뀌었다. 제1절에 속해 있던 제13조부터 제16조까지의 ‘수사의 착수’ 관련 규정은 전면 삭제됐다. 수사의 비례성을 규정한 제6조와 내사 사건 처리 규정도 모두 지워졌다.
피의자 ‘신문’ 대신 ‘면담’… 출석 부담 완화
피의자를 소환해 조사하던 절차도 크게 달라졌다. 종전 제4절 ‘피의자신문’은 폐지되고 ‘제2장의2 공소제기 여부 결정 등 절차에서의 인권 보호’ 장이 신설됐다. 검사는 형사소송법 제245조의13 제1항에 근거해 피의자 의견을 듣거나 서면 자료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다(제37조).
조문 속 ‘신문’이나 ‘조사’라는 단어는 일제히 ‘면담’으로 바뀌었다. 변호인 참여권과 신뢰관계인 동석권도 ‘피의자면담’ 기준으로 적용된다. ‘장시간 조사 제한’과 ‘심야조사 제한’ 규정 역시 각각 ‘장시간 면담 제한’, ‘심야면담 제한’으로 이름을 바꿨다. 식사·휴식 시간을 합산한 총면담시간은 원칙적으로 12시간을 넘을 수 없으며, 오후 9시 이후 심야면담도 제한된다.
사법경찰관 영장 ‘적법성 심사’ 대폭 강화
검사가 직접 수사하는 대신 경찰의 강제수사를 통제하는 심사자 역할은 한층 구체화됐다. 개정 규칙 제20조 제2항 제4호는 검사가 구속 여부를 판단할 때 “피의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적법절차가 준수되었는지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종전 “피의자를 면담·조사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제22조)은 구속 필요성을 살피기 위해 “면담할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완화됐다.
체포·구속과 압수수색을 향한 사후 심사 요건도 촘촘해졌다. 검사는 경찰이 피의자를 체포·구속할 때 변호인이나 법정대리인에게 범죄사실과 체포 이유를 적정하게 통지했는지, 지명수배자를 검거한 즉시 수배를 해제했는지 확인해야 한다(제23조). 압수수색 집행 과정에서도 야간 집행 제한 준수, 신체 수색 시 성년 여성 참여 여부, 전 과정 영상녹화 여부를 검토하도록 규정했다(제30조).
실무 파장… 기업·피의자 방어권 지형 변화
일선 형사사법 실무의 무게중심은 검사실 출석 대응에서 서면 의견 제출과 영장 단계 소명으로 옮겨가게 됐다. 개정 규칙 제37조 제5호는 기업체나 대표자 의견을 청취할 때 가능한 한 우편 조사를 활용하도록 해 경영 활동 위축을 방지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상위법 개정으로 검사의 직무에서 수사가 제외됨에 따라 수사를 전제한 규정을 삭제하고, 영장 심사와 사실관계 확인 등 공소제기 절차에서의 인권보호 공백을 없애기 위해 부령을 정비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