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재판연구관 선발 과정에서 지원자가 사흘간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직접 찾아와 서류를 내도록 한 채용 공고는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지방에 사는 지원자가 겪는 추가 이동 시간과 경비 부담은 법적 권리 제한이 아닌 단순한 사실상·경제상 불편에 불과하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법학전문대학원생 A 씨가 법원행정처장의 ‘2024년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신규 임용계획’ 가운데 접수기간·접수처·접수방법 공고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했다고 2026년 9월 17일 선고했다(2023헌마1079). A 씨는 국선대리인 박민수(변호사시험 8회) 변호사가 대리했다.

사실관계

법원행정처장은 2023년 8월 31일 2024년 1~2월 법학전문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2024년도 대법원 재판연구관 신규 임용계획’을 공고했다. 공고에 따르면 지원자는 2023년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3일 동안 업무시간 내에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관 회의실을 본인이 직접 방문해 지원서를 내야 했다. 대리 접수는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형제자매 등 가족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경우로만 엄격히 제한됐다.

당시 지방 법학전문대학원 6학기에 재학 중이던 A 씨는 해당 공고가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공무담임권,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2023년 9월 13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접수 기간이 3일로 짧은 데다 서초동 대법원 현장 접수만 허용해 원거리 거주 지원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는 이유였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는 공권력 행사로 법적 지위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단순히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만 걸려 있는 때에는 헌법소원을 낼 수 없다는 기존 법리를 재확인하며 본안 판단 없이 청구를 각하했다.

헌재는 “해당 공고는 지원자의 거주 지역을 기준으로 지원 자격이나 접수기간, 접수방법, 선발절차를 달리 정하지 않고 모든 지원자에게 동일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며 “서울 외 지역에 거주하는 지원자가 더 많은 이동시간과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 것은 거주 지역에 따라 법적 취급을 달리한 결과라기보다 접수처와의 지리적 거리에서 발생하는 사실상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서울 외 지역 거주자의 지원 자체를 금지하거나 지원 기회를 제한하지 않으므로 평등권이나 공무담임권,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다”며 “지원자가 입는 불이익은 대법원으로부터 먼 지역에 거주한다는 우연한 사정에서 비롯된 접수상의 불편이자 경제적 불이익에 불과해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