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시 미성년자였던 가해자에게도 피해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공소시효를 멈추는 특례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헌법재판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재판에서 이미 공소시효 완성을 이유로 면소 판결이 확정돼 위헌 여부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9월 17일 A 씨가 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 제1항 등에 관해 낸 헌법소원심판 청구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했다(2023헌바115). 청구인 A 씨는 법무법인(유한) 국제의 신동기·신정무 변호사가 대리했다.
사실관계
A 씨는 2007년 3월부터 5월 22일 사이 저녁 무렵 위험한 물건인 맥주병을 소지한 채 당시 만 13세였던 피해자를 폭행해 반항을 억압하고 강간해 상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15년 만인 2022년 5월 31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미성년자 대상 성폭력 범죄의 공소시효를 피해자가 성년에 달한 날부터 진행하도록 정한 성폭력처벌법상 특례조항을 적용해 공소를 제기했다.
A 씨는 재판을 받던 중 범행 당시 피고인이 소년이었던 경우까지 공소시효 진행 특례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2023년 3월 30일 이를 기각하자 A 씨는 2023년 4월 27일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1심·원심 판단
형사재판 1심을 맡은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은 강간 행위는 인정되지만 범행 당시 위험한 물건 소지나 상해 사실 증명이 부족하다며 강간상해 혐의는 무죄 취지로 봤다(2022고합96). 법원은 축소사실인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청소년강간등) 혐의는 공소시효가 완성됐다고 판단해 면소를 선고했다.
검사가 항소했으나 부산고등법원은 2026년 5월 14일 1심 판단을 유지하고 예비적 공소사실 역시 범죄 증명이 없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했다(2025노588). 이 판결은 상고 없이 2026년 5월 22일 확정됐다.
재판부 판단
헌법재판소는 법률의 위헌 여부가 재판 결과에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재판의 전제성'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이 적법하려면 해당 법률의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 주문이나 법률적 효력이 달라져야 한다.
재판부는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이 인용되더라도 청구인은 유죄의 확정판결이 아닌 당해 사건 판결에 대하여 재심을 청구할 수 없다"고 짚었다. 형사소송법상 재심은 유죄 확정판결에만 청구할 수 있어 이미 면소 판결이 확정된 A 씨는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재심을 신청할 법적 이익이 없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범행 당시 소년이었던 피고인에게도 피해자가 성년에 달할 때까지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조항이 평등원칙이나 소년보호 이념에 어긋나는지에 관한 본안 판단은 다음 사건으로 미뤄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