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차를 두고 친족 분묘를 같은 구역에 설치했더라도 사전에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면 불법 가족묘지에 해당한다. 직접 분묘를 설치하지 않은 연고자에게 이전을 명하도록 한 법 조항도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26년 9월 17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가족묘지 사전허가 의무를 규정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 제4항 및 무허가 묘지의 이전을 명할 수 있도록 한 제31조 제1호 중 '가족묘지'에 관한 부분에 합헌 결정을 내렸다(2025헌바93). 청구인 A 씨는 법무법인(유한) 클라스한결의 강정완·권영균 변호사가 대리했다.
사실관계
A 씨는 경기 남양주시 소재 토지에 부모가 합장된 분묘 1기와 동생이 매장된 분묘 1기를 설치해 관리해 왔다. 남양주시장은 2021년 9월 28일 사전에 설치허가를 받지 않고 가족묘지를 설치했다는 이유로 장사법 제31조 제1호를 적용해 해당 분묘들에 이전명령을 내렸다.
A 씨는 경기도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청구했으나 2022년 3월 2일 기각됐다. 이에 남양주시장을 상대로 법원에 처분 취소 소송을 냈다.
1심·원심 판단
1심인 의정부지방법원은 2023년 8월 8일 동생 분묘에 대한 이전명령을 취소하고 부모 분묘에 대한 청구는 기각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2022구합12482). 그러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2025년 2월 7일 남양주시장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A 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2023누56424).
A 씨는 2심 재판 중 해당 장사법 조항들이 명확성 원칙과 과잉금지 원칙, 자기책임의 원리에 반한다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으나 기각되자(2024아1298), 2025년 3월 18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는 가족묘지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청구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사법이 가족묘지를 민법상 친족관계였던 자의 분묘를 같은 구역 안에 설치하는 묘지로 규정하고 민법에 친족 범위가 명시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설치시기에 관계없이 민법상 친족관계였던 자의 분묘를 같은 구역 안에 설치하는 묘지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가족묘지에 포함된다고 해석함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동시에 설치하는 경우로만 한정하면 순차적으로 친족 분묘를 조성해 법망을 피하는 행위를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짚었다.
화장 문화 확산으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전국의 화장률이 1993년 19.1%에서 2024년 94%까지 상승했으나, 2024년 한 해 매장 건수가 2만 건 이상에 달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묘지는 일단 설치하면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유지돼 분묘 기수는 누적적으로 증가한다"며 "한정적인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위해 가족묘지를 허가제로 운영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매장 후에는 사후 시정이 쉽지 않은 묘지의 특성상 사전허가제가 과도하지 않다는 취지다.
설치자가 아닌 연고자에게 이전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한 조항도 헌법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불법 가족묘지는 존속하는 한 위법 상태가 계속된다"며 "분묘의 관리와 개장 권한 등 실질적 처분권을 가진 연고자에게 위법 상태 해소를 위해 이전을 명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가 아니며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