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법 유권해석이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됐더라도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과거 세액을 과세관청이 직권으로 환급해 줄 헌법상 작위의무는 없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과세관청의 직권경정을 강제할 법적 의무가 없는 만큼, 부과제척기간 제도의 취지를 무너뜨리며 과거 세금을 소급해 돌려받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26년 9월 17일 의류 제조·판매업체인 A 회사가 ○○세무서장을 상대로 낸 행정부작위 위헌확인 사건(2024헌마399)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선고했다. 청구인인 A 회사는 법무법인 평안(담당변호사 권형기·이재환·김범수)이 대리했다.

사실관계

A 회사는 판매점에 의류를 공급하고 판매되지 않은 재고는 반품받는 특약매입계약을 맺고 영업해 왔다. 당초 손익귀속시기를 두고 금융감독원은 대리점이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한 날로 보았으나, 국세청은 법인세법 시행령을 근거로 재화를 판매점에 인도한 시점에 수익을 인식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A 회사는 회계기준과 세법 간 차이를 맞추기 위해 매년 미판매 기말재고의 당기매출 조정분을 익금산입했다가 이듬해 전기매출에서 익금불산입하는 세무조정을 반복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16년 5월 2일 최종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한 시점을 기준으로 손익을 인식해야 한다며 종전 유권해석을 뒤집었다. A 회사는 2021년 9월 15일 변경된 유권해석에 맞춰 2002년부터 2020년 사업연도 법인세를 반대로 세무조정해 세금을 돌려달라며 제1차 경정청구를 냈다. 과세관청은 부과제척기간 내에 있던 2016~2020 사업연도는 인용했으나, 2015년 이전 사업연도는 후발적 경정사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이후 A 회사는 2016 사업연도 기초재고 조정과 연동된 2015 사업연도 당기매출 조정분을 두고는 추가 경정을 받아냈으나, 2015 사업연도 전기매출 조정분과 그 이전 연도는 끝내 경정받지 못했다.

관련 소송과 헌법소원 청구

A 회사는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부산지방법원은 2024년 11월 7일 청구를 기각했고(2023구합22154),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법원은 후발적 경정을 무제한 허용하면 부과제척기간 제도의 취지에 어긋나고 세무서장의 직권경정은 기속적 의무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A 회사는 과세관청이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6항에 따라 연동된 다른 과세기간에 직권경정 등 필요한 처분을 해야 할 헌법상 작위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방치해 150억 원 상당을 환급받지 못했다며 2024년 5월 1일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법재판소는 과세관청에 직권경정을 이행해야 할 구체적인 작위의무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행정부작위를 다투는 헌법소원은 공권력 주체에게 헌법 명문이나 해석, 또는 법령에 따른 구체적 작위의무가 인정돼야 적법하기 때문이다.

헌재는 “헌법상 조세법률주의 선언으로부터 행정기관이 부과제척기간 및 경정청구기간에도 불구하고 변경된 유권해석이 모든 사업연도에 소급 적용되도록 경정할 의무를 도출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 국세기본법 규정에 대해서도 “국세의 부과제척기간 조항은 과세관청에 의무를 부과하기 위한 조항이 아니라 부과 권한의 시간적 한계를 설정하는 규정”이라며 “문언상으로도 경정이나 그 밖에 필요한 처분이 과세관청의 기속적 의무사항이 아님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손익귀속시기가 모순된다는 이유만으로 과세관청이 직권 경정처분을 통해 모순을 해결할 의무가 있다고 본다면 부과제척기간 제도의 취지가 모두 몰각된다”고 덧붙였다.

판결 의의

이번 결정은 정부의 세법 유권해석이 납세자에게 유리하게 변경되더라도, 이미 통상 5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지난 과거 사업연도 세액까지 소급해 바로잡을 권리가 자동으로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연계된 회계 계정 조정을 이유로 과세관청에 직권경정을 강제할 수 없다는 법리가 확립됨에 따라, 장기간 유보 조정을 이어온 기업들은 세법 해석이 바뀔 때 과거 납부세액 환급이 단절될 위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