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관측장비 3대 가운데 1대의 기본 정보가 등록되지 않은 채 방치되고, 검정에 불합격한 장비마저 관측에 투입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청사 신축 공사 과정에서 하도급 직불 합의를 어기고 대금을 잘못 송금했다가 소송에서 패소해 국고 손실을 초래한 공무원들에게는 수천만 원대 변상 책임이 내려졌다.

감사원은 2026년 10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상청 기관정기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 결과 기상청의 관측망 관리 체계 전반의 허점과 함께 일선 기관의 부실한 회계 처리가 확인됐다.

불합격 장비 177대 방치… 메타데이터 34% 누락

2025년 10월 기준 전국 232개 기상관측기관이 운영 중인 장비는 2만 1,533대(온도계·기압계·습도계·풍향계·풍속계 등 10종)에 이른다. 이 가운데 34.4%인 7,402대는 모델명과 일련번호, 검정일자 등 주요 정보가 관측메타데이터시스템(OMDS)에 등록되지 않았다. 전체 기상관측장비 중 75.8%(1만 6,325대)는 지방자치단체와 타 정부 부처 등 유관기관이 설치·운영하지만, 기상관측표준화법상 기상청에 표준화와 지도·점검 의무가 있다.

성능 미달 장비도 그대로 관측에 쓰였다. 성능 검정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은 장비 177대가 재검정 없이 비정상 운영됐으며, 이 중 87대는 OMDS 등록조차 빠져 있었다. 유관기관 소관 관측장비 가운데 검정유효기간이 지난 343대 중 94.8%(325대)는 재검정 없이 관측에 사용됐으나 기상청은 사용 중지나 재검정 등 시정 권고를 하지 않았다. 감사원이 75대를 표본 점검한 결과, 13개 기관 소관 39대 장비가 검정유효기간을 최소 4일에서 최대 1,599일 넘겨 쓰였고, 이 가운데 11대는 처음부터 검정기준에 미달한 상태였다.

하도급 직불 무시하고 오송금… 8370만 원 변상 판정

회계 행정의 기본을 무시해 국고를 낭비한 사례도 적발됐다. 수도권기상청은 청사 신축공사 당시 하수급업자와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를 맺었음에도 원도급업자의 청구서 확인을 소홀히 해 하도급대금 8,370만 원을 원도급업자에게 잘못 지급했다.

당시 담당자는 원도급업자의 공사대금 계좌가 압류된 사실을 알고도 송금을 강행했다. 이후 원도급업체의 재정이 악화해 대금 회수가 불가능해졌고, 하수급업자가 수도권기상청을 상대로 제기한 하도급대금 청구소송에서 기상청이 패소했다. 결국 하수급업자에게 8,370만 원을 다시 지급하면서 고스란히 국고 손실로 이어졌다.

감사원은 「회계관계직원 등의 책임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라 중대한 과실로 국고 손실을 끼친 담당 직원에게 5,859만 원, 담당 과장에게 2,511만 원의 변상책임이 있다고 판정했다. 기상청장에게는 관측기관의 누락 정보를 OMDS에 입력하도록 하고 검정유효기간이 지난 장비의 재검정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