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나 주점에서 일하던 직원이 매장 내 음료나 주류를 무단으로 마셨다는 이유로 업주에게 횡령 고소를 당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과거 업주가 직접 음주를 권유했거나 다른 직원들도 함께 마시는 관행이 매장에 있었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지 않아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근무 중 매장 식음료를 임의로 소비했을 때 적용되는 죄명은 해당 물품의 점유 관계에 따라 갈린다. 직원이 매장의 주류나 식자재를 직접 관리하고 보관하는 업무를 맡았다면 형법 제356조의 업무상횡령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나 제355조 제1항의 일반 횡령죄(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적용될 수 있다. 반면 물품 보관 권한 없이 매장에 진열된 맥주를 단순히 꺼내 마신 점유보조자에 불과하다면 형법 제329조의 절도죄(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문제 된다.
관행과 사전 권유 있었다면 '불법영득의사' 다퉈야
단순히 허락 없이 맥주를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는다. 재산범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자기 소유처럼 처분하려는 '불법영득의사'와 고의가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횡령죄의 불법영득의사에 대해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위탁 취지에 반하여 권한 없이 스스로 소유권자의 처분행위를 하려는 의사를 의미한다"고 판시해 왔다(2024도6728).
네이버 지식iN 등에서 재산범죄 상담을 진행한 김수금 변호사는 "사장이 직접 음주를 권유한 적이 있고 다른 직원들도 같은 행동을 해왔다면 실제로 사용이 허용된 범위와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처벌 여부와 수위는 마신 맥주의 총량과 금액, 횟수, 사용 권한, 전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로톡뉴스에 따르면 임승빈 변호사(법률사무소 명중) 역시 "섭취·반출 행위 자체보다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라며 "사업주의 사전 허락이나 다른 직원들의 관행적 섭취는 고의를 부정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원, 착오·소액 사건에 잇따라 무죄·선고유예
법원 역시 매장 내 식음료 취식 사건에서 고의성과 불법영득의사 유무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6단독(강영재 판사)은 2022년 6월 13일, 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5,900원 상당의 편의점 즉석 족발 세트를 폐기 도시락으로 착각해 먹었다가 업무상횡령 혐의로 벌금 20만 원에 약식기소된 아르바이트생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검찰이 항소를 취하해 무죄가 확정됐다.
소액 사건이라도 무단 반출 행위가 명백한 경우에는 죄책을 피하기 어렵지만 정상이 참작되기도 한다. 청주지방법원 충주지원 형사2단독(김주현 부장판사)은 2026년 8월 17일, 점주 허락 없이 3차례에 걸쳐 2만 8,000원 상당의 편의점 폐기 음식 등을 가져간 아르바이트생의 절도 혐의에 대해 벌금 20만 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대응 시 사전 정황 입증 자료 확보 필수
업주에게 횡령이나 절도로 고소당할 위기에 놓였다면 당시 소비가 허용된다고 믿을 만한 정황을 증명하는 일이 급선무다. 사장이 함께 술을 마시자고 권유했던 시점과 대화 내역, 다른 직원들의 근무 중 음주 관행을 입증할 메신저 대화나 매장 규정 등을 사전에 수집해야 한다.
소비한 맥주 금액을 변제하는 합의 절차와 형사상 범죄 성립 문제는 별개로 다뤄야 한다. 실제 소비한 양과 금액을 확인해 손해를 정산하더라도, 처음부터 회사 재산을 가로챌 의도가 없었음을 수사 단계에서 객관적 자료로 소명해야 불송치나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