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 채무 4,500만 원과 대표자 개인 채무 3,500만 원 등 총 8,000만 원의 빚을 진 1인 기업 대표가 파산 절차를 밟으려면 법원 예납금과 수임료를 합쳐 약 1,000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채무액의 10%가 넘는 절차 비용 탓에 벼랑 끝에 몰린 영세 1인 법인 대표들의 도산 문턱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용 부담이 이중으로 생기는 배경에는 법인과 대표자 개인의 법인격 분리 원칙이 있다. 1인 법인이더라도 법인과 개인은 독립된 주체여서 법인 파산과 개인 파산(또는 개인회생)을 각각 별개 사건으로 신청해야 한다. 법원에 내는 예납금과 인지대·송달료는 물론 대리인 수임료까지 두 번 지출되는 구조다.
10배 넘는 예납금 격차와 연대보증의 덫
서울회생법원이 2024년 10월 14일 개정 실무준칙을 시행하면서 부채총액 100억 원 미만 기업의 예납금 기준액을 500만 원으로 통일했으나, 영세 1인 법인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개인파산의 관재인 선임 예납금이 통상 30만~50만 원 선에서 결정되는 점과 비교하면 최저 예납금만 10배 이상 높다.
여기에 연대보증 관행이 부담을 키운다. 1인 법인은 금융권 대출이나 계약 과정에서 대표자 개인이 연대보증을 서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제567조에 따르면 법인이 파산해 면책되더라도 채권자가 보증인에게 갖는 권리에는 영향이 없다. 수백만 원을 들여 법인을 정리하더라도 대표자 개인의 채무는 고스란히 남아 개인 도산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환가 자산 없으면 '폐업 후 개인 도산'이 실무 대안
도산 전문 변호사들은 법인 명의의 부동산, 예금, 재고 등 환가할 자산이 전무한 1인 법인이라면 무리하게 법인 파산을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세무서에 법인 폐업 신고만 마친 뒤, 개인 보증채무로 전이된 빚을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으로 넘겨 정리하는 방식이다.
도산 전문 장지호 변호사는 "법인 재산이 없다면 법인 파산을 생략하고 폐업 후 개인 파산이나 개인회생만 진행해 비용을 절감하는 실무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법인 채무가 개인 보증으로 넘어오면 개인 도산 절차에서 한꺼번에 정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과점주주 2차 납세의무와 제도적 과제
다만 법인을 단순 폐업하는 방식을 택할 때는 세금 체납 여부를 반드시 따져야 한다. 국세기본법 제39조에 따라 발행주식 총수의 50%를 초과해 보유한 과점주주는 법인이 내지 못한 국세의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조세 채무는 채무자회생법 제566조 제1호에 따라 개인파산이나 회생에서도 면책되지 않는 비면책 채권이다.
채무가 수천만 원 수준에 불과한 소규모 1인 법인이 높은 절차 비용 탓에 법원 밖 방치 폐업으로 밀려나는 실무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법조계에서는 개인파산의 간이파산 제도처럼 자산과 부채 규모가 매우 작은 영세 법인을 대상으로 예납금을 추가 감면하거나 법률구조를 연계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