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국면에 놓인 기업이 사업재편계획을 정부로부터 승인받으면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를 미룰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대기업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협력사를 지원할 때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 제재를 피할 수 있는 통로도 열린다.
산업통상부는 2026년 4월 21일 공포된 일부개정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기업활력법)’이 6개월 경과 기간을 거쳐 오는 10월 2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개별 기업의 신청에만 기대던 종전 구조를 넘어 정부가 업종별 위기를 진단해 재편을 이끌고, 참여 기업의 제도적 리스크를 덜어주는 데 방점을 뒀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금융·공정거래 분야의 특례 신설이다. 개정법 제20조의2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상 주채권은행이 사업재편계획 승인기업의 신용위험평가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간 정부와 은행권의 업무협약 형태로 운영되던 평가 유예 조치가 법률 조항으로 명문화되면서 승인기업은 구조조정 압박을 잠시 덜고 사업 전환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대기업집단의 협력사 지원에 따르던 규제 부담도 낮췄다. 제24조의3 제4항 신설로 상생형 사업재편 지원기업이 사전에 공개한 합리적 기준에 맞춰 계열회사가 아닌 중소기업 승인기업을 지원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행위로 보지 않는다. 이에 따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협력사에 자금이나 기술을 지원하던 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 시비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정부의 시장 개입 권한은 사전 조사 단계부터 강화된다. 산업통상부장관은 기존 기초조사 외에 추가 자료를 수집·분석하는 ‘심층조사’를 할 수 있고, 조사에 필요하면 관련 기업에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제8조). 이를 바탕으로 사업재편이 필요한 업종을 선정해 구조혁신방안을 마련한 뒤 해당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에 사업재편 검토를 직접 권고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제8조의2).
사업재편 계획기간은 모든 유형에서 최대 5년으로 통일됐다(제9조 제3항). 종전에는 신산업 진출이나 디지털전환, 탄소중립 유형만 5년이고 과잉공급이나 산업위기지역 유형은 3년에 그쳤다. 이번 개정으로 과잉공급 완화 등 모든 사업재편의 기간 상한이 5년으로 늘어났다. 부칙 제3조에 따라 법 시행 전 승인을 받아 종전 계획기간이 지나지 않은 기업에도 연장 기준이 적용된다.
지원 대상과 범위도 넓어졌다. 사업재편 대상 지역에는 기존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 외에 ‘산업위기선제대응지역’이 추가됐다(제2조 제6호). 자금지원 범위에는 공장 신설·증설뿐 아니라 ‘설비의 감축’이 명시됐다(제28조 제2항).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이라도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사회공헌계획을 사업재편계획에 포함해 승인받거나 산업 침체로 인정되면 조건부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다(제28조 제3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