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는데도 수년째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아 밀린 임금과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퇴직 근로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법인파산은 정해진 기한에 맞춰 끝나는 제도가 아니라 잔여 자산 매각과 배당이 모두 끝나야 마침표를 찍기 때문이다.

단순한 사건은 1년 안팎에 끝나지만, 처분하기 어려운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이 얽혀 있거나 소송이 진행 중이면 종결까지 4~5년 이상 걸리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전문가들은 파산 절차가 길어질 때 무작정 종결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산 환가와 소송 겹치면 수년 소요

법인파산 절차가 장기화하는 주된 원인은 회사 자산의 현금화(환가) 난항이다.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384조에 따라 파산선고가 내려지면 파산재단을 관리하고 처분하는 권한은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에게 전속된다. 관재인은 재산을 돈으로 바꿔 빚을 갚아야 하는데, 회사 소유 부동산이 법원 경매에서 반복 유찰되면 매각에만 통상 3년 안팎이 걸린다. 비상장주식처럼 거래 시장이 없는 비유동 자산도 매각 처분이 쉽지 않다.

법적 분쟁 역시 절차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관재인이 회사의 부당한 재산 유출을 되돌리기 위해 제기하는 부인권 소송(채무자회생법 제391조)이나 거래처 미수금 청구 소송, 사해행위 취소 소송이 대표적이다. 체납된 세금의 우선순위 정산이나 담보권 배분을 둘러싼 다툼이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면 최종 배당과 계산보고를 위한 채권자집회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남성태 변호사(서울지방변호사회)는 "법인파산은 회사 재산을 현금화하고 재단채권을 변제한 뒤 남는 금액을 배당할 수 있을 때까지 진행된다"며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이 팔리지 않거나 미수금 회수 소송, 부인권 소송, 세금 정산이 남았다면 4년이 걸렸다는 이유만으로 절차가 잘못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파산 신청 4년 새 2.4배 급증…법원별 격차도

경기 침체로 법원에 접수되는 파산 사건 자체가 폭증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국 법원에 접수된 법인파산 신청 건수는 2021년 955건에서 2022년 1,004건, 2023년 1,657건, 2024년 1,940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2025년에는 2,282건에 달했다. 4년 만에 사건 수가 139% 급증한 셈이다.

사건 적체로 관할 법원마다 처리 속도 편차도 크게 벌어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법원행정처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6년 상반기 기준 파산 신청부터 선고까지 수원·대전회생법원은 평균 1.0개월, 서울회생법원은 1.2개월이 걸렸으나 제주지방법원은 4.0개월이 소요돼 최대 4배 차이를 보였다.

퇴직 근로자, 대지급금 먼저 챙겨야

파산한 기업의 퇴직 근로자라면 파산종결 공고만 기다려서는 안 된다. 채무자회생법 제473조 제10호에 따라 근로자의 임금·퇴직금 채권은 '재단채권'으로 분류돼 일반 파산채권보다 우선 변제받을 권리가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역시 파산선고 전 발생한 임금·퇴직금에 대해 선고 이후 붙는 지연손해금도 재단채권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2013다64908).

하지만 파산재단에 가용 현금이 들어오지 않으면 우선순위 권리라 해도 실제 돈을 받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 퇴직 근로자는 파산종결 전 「임금채권보장법」 제7조에 따른 '도산대지급금'을 근로복지공단에 신청해 법정 상한액 범위의 체불 임금과 퇴직금을 먼저 수령하는 편이 유리하다.

대지급금을 넘어서는 잔여 임금 채권이 있다면 대법원 '나의 사건검색'에서 사건번호를 조회해 파산관재인 사무실 연락처를 확인해야 한다. 관재인에게 본인의 채권 신고 및 처리 내역, 중간배당 계획을 직접 점검하고 최근 열린 채권자집회의 계산보고 자료를 살펴 미환가 자산이나 소송 진행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