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는 기업 10곳 가운데 9곳은 심사관이 산출한 과징금 추정치보다 최종 의결 액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고무줄 과징금’이라는 비판이 일자,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 구체적 과징금이 기재되지 않으며 양측 공방을 반영하는 ‘대심구조’의 정상적 결과라고 해명했다.

발단은 2026년 2월 발표된 감사원의 공정위 정기감사 결과였다. 매일경제 보도 등에 따르면 2024년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87건 가운데 75건(86%)에서 심사보고서 단계 산정액이 위원회 최종 부과액을 웃돌았다. 심사보고서 기초자료로 계산한 과징금 규모는 8,543억~1조2,634억 원에 달했으나, 실제 최종 부과액은 4,454억 원으로 1.9~2.8배가량 차이가 났다.

심사보고서와 최종 의결의 괴리

공정위는 10월 1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면 반박에 나섰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는 법률상 관련 매출액만 기재될 뿐 구체적·확정적 과징금 액수는 기재되지 않는다”며 “언론과 감사원이 거론한 금액은 심사보고서의 관련 매출액과 부과기준율을 근거로 단순 계산해 비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과징금 축소는 위원회 구조상 불가피한 정상 절차라고 강조했다. 공정위 심의는 사건을 조사한 심사관과 혐의를 받는 피심인이 대등한 지위에서 다투는 대심구조를 취한다. 심사관의 일방적 주장뿐 아니라 기업 측 대리인의 소명과 반박 의견을 위원회가 합의 과정에 반영하므로 최종 액수가 낮아지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취지다.

이동통신 3사 담합 등 과다 추정 논란

실무에서 산정액 격차가 지나치게 벌어지는 사례는 끊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사안이 이동통신 3사의 번호이동 판매장려금 담합 사건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기초자료를 바탕으로 과징금을 3조4,000억~5조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했으나, 2025년 6월 최종 의결된 액수는 964억 원으로 약 2% 수준에 그쳤다. 감사원은 공정위가 가입회선 수를 고려하지 않거나 무관 매출을 포함해 약 20조 원 규모의 관련 매출액을 과다 추정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공정위는 “피심인들이 기초자료 제출을 거부해 부득이 관련 매출액을 추정해 산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사법부 단계에서 과징금이 대거 뒤집히는 판결도 부담 요인이다. 대법원은 2026년 9월 하도급법 위반 혐의로 한화오션에 부과된 152억9,400만 원 규모 과징금을 7억4,600만 원으로 삭감한 원심을 확정했다(주심 오석준 대법관). 공정위가 소송 도중 51억2,700만 원을 직권 취소한 데 이어 법원이 추가 취소 판결을 확정하면서 부과액의 95% 이상이 깎였다.

기업 방어권과 사건 공개 기준 쟁점

기업이 불이익을 우려해 현장조사에 무조건 응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에 공정위는 적법절차 규정을 들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상 공정위 조사는 피조사업체의 동의가 필수인 임의조사다. 공정위는 “현장조사 개시 시 조사범위가 적힌 서면을 교부하고 있으며 조사와 무관한 자료는 반환·폐기를 요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의 전 사건 공개가 2026년 들어 17건에 달해 기업 이미지를 훼손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공정위는 조사가 끝나 심사보고서가 전원회의 등에 상정된 중대 사건에 한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심의 개시 사실을 알리는 것이며, 최종 판단이 아니라는 잠정 문구를 명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감사원의 지적사항을 수용해 공표 방식을 손질할 방침이다. 위원회의 심의와 합의 확정 내용을 의결 결과 보도자료에 최대한 반영하고, 잠정금액을 기재할 때도 정확성을 한층 높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