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중징계 사유 없이 감사·징계 절차 착수 사실만으로 진급 발령을 미루는 군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당사자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이면서도 사전통지나 의견제출 기회를 주지 않은 절차적 하자 역시 처분 취소 근거가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0부(재판장 정은영 부장판사)는 군법무관 A 씨가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낸 진급발령보류처분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26년 9월 30일 밝혔다(2025구합56313).

사실관계

A 씨는 국방부 근무 당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다룬 '사실관계 정리 및 법적 쟁점 검토' 자료를 작성해 국방부장관에게 보고했다. 이후 국방부 군사보좌관이 해당 문건을 대외 설명용으로 써도 되는지 묻자 A 씨는 이에 동의했다.

국방부 정책기획관실은 이 문건을 일부 수정·추가해 '해병대 순직사고 조사 관련 논란에 대한 진실' 문서를 만들어 예비역 단체 등에 배포했다. 국방부 감사관실은 자체 감사를 벌였고, 국방부장관은 2026년 1월 A 씨의 징계의결을 요구하며 진급 발령 보류를 통지했다. A 씨는 부당한 목적의 징계 요구와 이에 따른 진급 보류가 위법하다며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우선 국방부장관의 진급 발령 보류 행위가 진급 예정자의 법적 권익을 침해하는 항고소송 대상 행정처분에 해당한다고 봤다.

처분의 실체적 근거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군인사법 시행령 제38조 제1항 제2호는 '중징계 사유로 징계의결이 요구된 경우'에 한해 진급 발령을 보류하도록 규정한다. 군인사법 제57조상 중징계는 파면·해임·강등·정직이다.

재판부는 "징계의결 요구 사유인 행위는 A 씨가 작성한 자료를 대외 설명용 자료로 활용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인데, 그 내용만으로는 비행의 정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다거나 중과실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중징계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법령이 정한 사유를 갖추지 못해 처분 사유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행정절차법 위반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처분에 앞서 그 원인이 되는 사실과 처분의 내용, 법적 근거 등의 사항을 원고에게 통지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않은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며 행정절차법 제21조와 제22조를 위반한 절차적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