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이미 효력이 발생한 징계처분은 노동조합의 반발이나 언론보도가 잇따르더라도 대표이사가 사규를 근거로 뒤집어 수위를 높일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하자 없이 성립한 징계처분을 사후 여론이나 사측 판단에 따라 번복하면 근로자의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취지다.
서울행정법원은 근로자 A 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재심판정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026년 10월 20일 판결 요지를 공개했다(2025구합55720). 재판부는 정직 1월의 가중 재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던 종전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을 취소했다.
사실관계
B 회사는 인사위원회를 거쳐 근로자 A 씨에게 감봉 3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다. 해당 처분은 정식으로 통보돼 그대로 효력이 발생했다.
징계 처분 이후 상황이 바뀌었다. 노동조합이 징계 수위에 문제를 제기하며 이의를 신청하고 언론보도까지 이어지면서 외부 논란이 불거졌다. B 회사의 대표이사는 약 한 달 뒤 인사규정을 근거로 인사위원회에 재심의를 요구했다. B 회사는 재심의 절차를 거쳐 종전 감봉 3개월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하고 징계 수위를 높인 정직 1월의 재처분을 의결했다.
A 씨는 가중된 징계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재처분이 적법하다고 보고 기각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 판단
법원은 대표이사의 재심 요구와 이에 따른 가중 재처분이 사규 취지와 법리에 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B 회사의 인사규정은 "대표이사는 인사위원회의 의결사항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재심을 요구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었다.
재판부는 규정의 문언과 체계, 징계대상자의 법적 지위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해 볼 때 "위 규정을 근거로 대표이사가 이미 효력이 발생한 징계처분에 대해 별다른 제약 없이 재심을 요구하여 징계처분을 번복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종전 처분 이후 노동조합의 이의 및 언론보도 등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가 입는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별다른 하자 없는 종전 처분을 사후적으로 취소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며 "재처분에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취소되어야 한다"고 짚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기업 인사규정에 대표이사의 재심 요구 권한이 명시돼 있더라도, 처분 확정 전의 내부 통제 수단으로 엄격하게 새겨야 함을 분명히 했다.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이 정당한 이유 없는 징벌을 금지하는 만큼, 선행 징계에 명백한 법적 하자가 없다면 사후 여론이나 노조 반발을 이유로 이미 끝난 징계를 임의로 번복해 근로자를 가중 처벌할 수 없다는 기준을 재확인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