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업 관계를 정리하며 상대방 명의의 식당을 넘겨받으려다 수십억 원대 대출을 뒤늦게 확인하고 발이 묶이는 소상공인이 늘고 있다. 구두 합의만 믿고 섣불리 영업을 포괄 인수하면 동업자의 기존 채무와 밀린 세금, 직원 퇴직금까지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실관계
2026년 10월 네이버 지식iN에는 동업 분쟁에 따른 매장 인수 문제를 호소하는 질의가 접수됐다. 질문자 A 씨는 동업자와 각 1억3,500만 원씩 총 2억7,000만 원을 투자해 1년 6개월간 식당을 운영했다. 상가 계약 특성을 이유로 사업자등록은 동업자 단독명의로 냈고, 내부적으로는 이익을 5대 5로 나누는 약정서를 썼다.
A 씨가 주방과 홀 등 현장 업무를 전담하며 1년 중 300일을 일했다. 반면 세금과 정산업무를 맡은 동업자는 약 3,000만 원의 정산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갈등 끝에 A 씨가 투자금 반환을 요구하자 동업자는 돈이 없다며 매장을 인수하라고 제안했다. A 씨는 미지급 정산금과 미납 세금, 직원 퇴직금 등을 뺀 잔여 대금만 지급하기로 구두 협의했다. 그러나 뒤늦게 사업자번호를 조회해보니 동업자 명의로 약 50억 원에 달하는 대출이 잡혀 있었다.
영업양수도에 따른 채무 승계 위험
동업자 명의의 사업체를 넘겨받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은 상법상 상호속용 책임이다. 상법 제42조 제1항은 영업양수인이 양도인의 상호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 양도인의 영업으로 인한 제3자의 채권을 양수인도 변제할 책임을 지도록 규정한다. 대법원도 양수인이 상호를 그대로 쓰면 당사자 간 인수 배제 약정이 있더라도 채권자에게 법정 책임을 진다고 판단한다(2020다225138 판결).
세금과 고용 승계 부담도 뒤따른다. 국세기본법 제41조에 따라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면 양도인의 기존 체납 국세를 양수한 재산 가액 한도로 제2차 납세의무를 진다. 근로관계 역시 원칙적으로 포괄 승계된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직원의 종전 근무 기간을 합산한 퇴직금 지급 의무가 양수인에게 넘어갈 수 있다(92다23834 판결).
사해행위 취소소송에 휘말릴 가능성
동업자가 약 50억 원의 빚을 져 채무초과 상태에 놓였다면 영업양도 자체가 취소될 위험도 크다. 민법 제406조 제1항은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재산권을 처분한 경우 채권자가 취소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영업재산과 영업권을 일체로 양도해 채무초과 상태를 유발하거나 심화시켰다면 사해행위 취소 대상이 되며, 양수인이 가액배상 의무를 질 수 있다고 판시했다(2013다84162 판결). 구두 합의로 미지급 정산금을 제하고 헐값에 매장을 넘겨받으면, 동업자의 금융권 채권자가 소송을 제기해 매장 시설과 권리를 강제집행할 위험에 노출된다.
안전한 분리 인수 절차
전문가들은 기존 사업을 포괄 승계하지 말고 권리의무를 완전히 단절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존 단독명의 사업자를 폐업 처리하고, 인수자가 본인 명의로 신규 사업자등록을 마치는 방식이 안전하다.
동업자의 국세 완납증명서, 지방세 납세증명서, 4대 사회보험료 완납증명서를 받아 체납 여부를 사전에 검증해야 한다. 상가 임대차 역시 종전 명의를 승계하지 않고 건물주와 신규 임대차계약을 맺는 편이 바람직하다. 직원은 양도 시점까지의 퇴직금을 종전 사업자가 정산해 지급하게 한 뒤 신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야 향후 퇴직금 분쟁을 막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