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잘못이 아닌 해외 서류 오류 정정 탓에 법정 신청기한을 넘겼더라도 부모급여를 출생 달부터 소급해 받을 길이 열렸다. 행정기관이 단순 기한 경과만을 이유로 지원금 소급 지급을 기계적으로 거부하던 관행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정일연)는 해외 출생 후 현지 증빙서류 정정 탓에 법정 신청기한을 넘긴 민원인 A 씨에 대해 해당 지방자치단체가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부모급여 소급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의견표명'했다고 2026년 10월 21일 밝혔다.

A 씨는 2025년 9월 해외에서 자녀를 출산했으나 현지 관계기관이 발급한 출생 관련 서류에 자녀 성별이 잘못 적히는 착오가 발생했다. A 씨는 오류를 확인하자마자 정정을 요구했으나 수정 서류를 확보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이후 수정 서류를 받아 국내 출생신고를 마치고 부모급여를 신청했지만, 관할 지자체는 법정 기준인 '출생일 포함 60일'이 지났다며 출생월 소급 지급을 거부했다. 이에 A 씨는 권익위에 고충민원을 냈다.

현행 아동수당법 제4조 제5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2세 미만 아동에게 추가로 지급하는 부모급여는 만 0세의 경우 월 100만 원, 만 1세는 월 50만 원이다. 아동이 태어난 날부터 60일 이내에 신청해야 출생일이 속한 달부터 전액 소급 지급된다. 다만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을 때는 관할 시·군·구청장이 아동복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해당 기간을 60일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

권익위는 출생서류의 성별 오기가 신청인 탓이 아니며, 현지 기관의 정정 처리에 걸린 시간 역시 신청인이 임의로 줄이거나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고 봤다. A 씨가 오류 확인 즉시 정정을 신청하고 서류를 확보하자마자 국내 출생신고를 마치는 등 필요한 절차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점도 참작했다.

아동 양육 부담을 덜어주려는 제도의 취지상 보호자 책임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데도 예외 규정을 살피지 않은 채 일률적으로 소급 지급을 배제하는 것은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민성심 권익위 고충처리국장은 "부모급여는 아동 양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제도인 만큼 보호자 책임으로 보기 어려운 사정으로 신청이 늦어진 경우에는 그 사유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이 복지 혜택에서 불합리하게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고충 해소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번 권익위 결정에 따라 관할 지자체는 지자체장 주관으로 아동복지심의위원회를 열어 A 씨의 서류 정정 기간을 60일 기한에서 제외할지 심의해 소급 지급 여부를 최종 확정해야 한다. 해외 출생이나 행정 착오로 신청이 늦어진 양육자도 과실 없음을 입증하면 수백만 원 상당의 소급 수당을 구제받을 수 있는 행정 선례가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