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성이 낮거나 해외 공급선에 의존해 수급 불안을 겪던 필수 의료기기를 국가가 직접 지정하고 생산·수입을 지원하는 법적 체계가 마련됐다. 의료기관과 거래가 없고 리베이트 제공 우려가 없는 소규모 판매·임대업자는 지출보고서 작성 부담을 즉시 덜게 됐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소관 의료기기법 일부개정법률(법률 제22105호)이 2026년 10월 20일 공포됐다. 개정 법률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최보윤·전진숙·서영석 의원이 각각 발의한 개정안을 병합 심사해 마련한 위원회 대안으로, 10월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가필수의료기기 지정과 안정공급 협의회 설치

개정안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이지만 대체할 제품이 없거나 시장 기능만으로 안정적 공급이 어려운 제품을 보건복지부장관과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협의를 거쳐 ‘국가필수의료기기’로 지정하도록 규정했다(제2조제5항 신설). 공급이 끊기면 국민 보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기기가 대상이다.

국가필수의료기기 지정·해제와 수급 대책을 다루기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국가필수의료기기 안정공급 협의회’가 설치된다(제43조의8 신설). 협의회는 식약처 차장과 복지부 고위공무원을 공동 의장으로 하며, 의료계·산업계·환자단체 등이 추천한 민간 위원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30명 이내로 구성된다. 공무원이 아닌 협의회 위원에게도 형법상 뇌물죄와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 시 공무원 의제 규정을 적용한다(제44조의2제3호의2 신설).

사후약방문식 대응 탈피…수급 대책과 국산화 지원

복지부장관과 식약처장은 국가필수의료기기 안정공급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하고 연구개발, 안전 사용, 국산화를 위한 행정적·재정적·기술적 지원을 펼친다(제43조의7 신설). 식약처장은 협의회 조율을 거쳐 제조업자나 수입업자에게 생산·수입 확대를 요청할 수 있고, 판매업자나 의료기관 개설자에게도 유통 개선 협조를 구할 수 있다.

아울러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의 법정 업무에 ‘의료기기 안정 공급 지원’을 명시하고, 필수의료기기 수요·공급 안정성 조사와 공급중단 보고 내용의 분석 업무를 추가했다(제42조제1항, 제43조제1항). 지난 2019년 글로벌 제조사 철수로 소아 심장수술용 인공혈관 공급이 끊기거나 최근 공급중단 예고가 166건으로 급증했던 문제를 선제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무거래 판매업자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 즉시 면제

규제 합리화 조치도 담겼다. 해당 회계연도에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판매·임대하지 않고 의료인이나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지 않은 판매업자·임대업자는 지출보고서 작성·공개·보관 의무를 면제받는다(제18조제5항 신설). 일반 소비자 대상 소매업체까지 일률적으로 지출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던 행정 부담이 해소된다.

이번 개정법률 중 지출보고서 작성 의무 면제 규정은 공포일인 2026년 10월 20일부터 즉시 시행되며, 시행일이 속하는 해당 회계연도 지출보고서부터 적용된다. 국가필수의료기기 지정 및 안정공급 체계 구축에 관한 조항은 하위법령 정비를 거쳐 공포 후 1년 뒤인 2027년 10월 21일부터 본격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