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정부가 주민 생활을 옥죄거나 기업 활동을 가로막던 중앙 법령 규제 1,117건을 발굴해 정부에 개선을 건의했으나, 실제 중앙부처가 수용하기로 한 과제는 120건에 그쳤다.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규제 건의는 지난해보다 37% 이상 늘어났지만 중앙부처의 문턱은 여전히 높았다.
행정안전부는 2026년 10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지방규제혁신 추진성과(개선 과제 발굴)」를 규제합리화위원회에 보고했다. 국정과제인 '민생·안전과 공정·상생을 위한 규제 합리화'에 따라 중앙부처와 지방정부가 협업해 일선 현장의 불합리한 법령과 자치법규를 점검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 지방정부가 발굴한 규제 개선 건의 과제는 총 1,117건으로, 지난해 상반기(815건)보다 37.1% 늘었다. 중앙부처가 수용(일부 수용 포함)한 과제 역시 지난해 88건에서 올해 120건으로 36.4% 증가했다. 수용된 과제 가운데 4대 민생 분야는 100건(국민생활 불편 해소 64건, 소상공인·자영업자 21건, 사회적 약자 8건, 생명·안전 7건)이었고, 3대 지역산업 분야는 20건(서비스산업 9건, 신산업 7건, 전통산업 4건)이었다.
주요 개선 사례를 보면 기초연금 수급 자격과 임대주택 보증 절차 등 일선 행정의 비효율을 줄이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경기 파주시 건의로 보건복지부가 수용한 「기초연금법」 개정안은 만 65세에 이른 중증 장애인이 신청을 빠뜨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장애인연금 수급자를 기초연금 신청자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 광진구가 제기한 신탁방식 민간임대주택의 준공 승인 지연 문제를 풀고자 국토교통부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개정해 보증 가입 시기를 합리화하기로 했다.
상위 법령 개정을 반영하지 않은 채 낡은 기준을 유지하던 지자체 조례도 함께 손질된다. 경기 광주시는 골목형상점가 지정 밀집 기준을 지역 구분 없이 점포 15개 이상으로 통일했고, 부산광역시는 자동차전문정비업 등록 시설면적 기준을 기존 70㎡에서 50㎡로 낮췄다. 충청북도는 상위 법령에서 폐지됐음에도 남아 있던 공공시설 매점 면적 15㎡ 이하 제한 규정을 삭제했다.
하지만 규제 발굴의 양적 성장에 비해 중앙부처의 실질적 수용률은 10%대에서 멈춰 섰다. 아이뉴스24 보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건의 건수 대비 부처 수용률은 10.7%로 지난해 상반기(10.8%)보다 오히려 0.1%포인트 하락했다. 부처가 '일부 수용'한 과제까지 전체 수용 건수에 포함했으나 정부가 세부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지역산업 활성화 과제는 20건(16.7%)에 불과해 생활 불편 해소에 치중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처가 수용 결정을 내린 뒤에도 후속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해 현장 적용이 늦어지는 점 역시 구조적 한계다. 도서·벽지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등록을 완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은 1년 8개월째 계류돼 있고, 기초연금 자동 전환 등 핵심 법안 역시 상임위에 머물러 있다. 행안부는 올해 연말까지 발굴된 자치법규 정비 완료 상황을 점검하고, 등록 후 5년이 지난 장기 존속 지방 규제 2만 7,658건을 지속해서 심사할 계획이다.
송경주 행정안전부 지방재정경제실장은 "국민의 삶과 가깝고 현장에 밀착된 규제를 개선하는 것은 그 중요성과 체감 효과가 더욱 크다"며 "지역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규제 완화와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규제 합리화 체계를 내실 있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