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도입된 성년후견제도가 10년 넘게 운영되면서 후견사건이 크게 누적됐다. 그러나 법원의 감독 체계는 여전히 재산 보고서 심사에 머물러 있어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법원 자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피후견인의 치료·요양·거주 등 실질적 신상보호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법원의 감독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산하 사법정책연구원은 최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연구총서 『법원의 후견감독실무 현황 및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연구보고서 2026-13)를 발간했다. 이번 연구는 신유리 전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현 서울북부지방법원 판사)이 집필했다. 보고서는 전국 가정법원의 후견감독 처리 실태와 정기 사무보고 검토 방식 등을 실증 분석하고, 한정된 사법 자원 안에서 실효성 있는 감독을 펴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현행 성년후견제도는 과거 무능력자 제도의 친족회를 폐지하고 가정법원이 직접 후견감독 권한을 전담하도록 설계됐다. 민법 제954조는 가정법원이 직권이나 청구에 따라 피후견인의 재산상황을 조사하고 필요한 처분을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예규인 『후견사건의 처리에 관한 예규』 제7조 역시 성년후견개시 심판이 확정되면 법원이 직권으로 기본 후견감독사건을 전산 개시해 피후견인 사망 등으로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지속 감독하도록 정하고 있다.

문제는 성년후견이 개시된 뒤 종결 전까지 감독 사무가 계속 누적된다는 점이다. 한정된 법관과 가사조사관 인력으로 매년 불어나는 사건을 맡다 보니, 실무는 영수증과 잔고 증명을 확인하는 정기 재산보고서 검토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피후견인이 적절한 치료나 요양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본인 의사에 반해 시설에 격리되지는 않았는지 살피는 신상보호 감독 체계는 취약해졌다.

현장 전문가들도 의료와 신상결정 영역의 제도 보완을 꾸준히 요구해 왔다. 전종희 서울가정법원 조사관은 "의료현장에서 후견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며 "후견인의 역할과 권한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의료기관·후견기관·가족 간의 더 많은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인환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후견제도의 취지와 인권옹호의 차원에서 피후견인 본인이 충분히 신상결정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적·실무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배광열 변호사(사단법인 온율)와 윤종우 변호사(서울아산병원) 역시 친족과 후견인 사이의 의료행위 동의 권한 충돌과 의료기록 열람 제한 등 실무상 갈등을 해결할 입법 개선을 촉구해 왔다.

보고서는 이러한 문제를 풀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가정법원 본원으로 관할을 집중하는 방안과 함께, 정기 사무보고 절차의 전산화와 표준화 방안을 검토 과제로 제시했다. 단순 친족후견 사건은 서류 제출 부담을 덜어주되, 횡령이나 권한 남용 위험이 큰 사건을 선별해 법원이 집중 조사하는 관리 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사소송법 제45조의4에 따른 법원사무관·가사조사관의 조사 권한을 실질화하고 민법 제940조의4에 따른 후견감독인 선임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의 실무 검토를 거쳐 대법원 규칙 및 후견사건 처리 예규 개정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구체적인 규칙 개정안이나 입법 추진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