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 조성되는 초광역 산업특구에서 고소득 전문직의 주 52시간 근로시간 상한을 풀고 기간제 근로자 고용기간을 최장 4년으로 늘리는 법안이 발의됐다. 수도권 외 지역에 첨단 연구개발 투자를 이끈다는 취지다. 하지만 노동계가 '노동기본권 후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특례 조항을 뺀 별도 법안까지 국회에 제출되면서 입법 과정에 진통이 일고 있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24명은 2026년 10월 20일 '지방주도성장을 위한 초광역권전략산업특구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의안번호 제2221973호)을 발의했다. 법안은 약 320개 규제특례와 약 40개 정책지원 패키지를 담고 있는데, 핵심 쟁점은 제132조부터 제134조 등에 규정된 노동 관련 특례다.
상위 3% 근로시간 상한 배제…기간제 4년 허용
법안 제132조는 한국표준직업분류상 관리자와 신상품·신기술 연구개발 종사자 가운데 근로소득 상위 3%에 해당하는 인력은 서면 합의 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상한과 휴게·휴일 규정을 적용하지 않도록 했다.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따른 법정 가산수당 지급 의무도 면제하는 이른바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구조다.
제133조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을 현행 1~3개월에서 최대 6개월로 늘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제134조는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 한도를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서면 합의로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계약을 끝낼 때는 공정수당을 주도록 했지만, 고용 불안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구 내 외국인투자기업의 유급휴일 무급 처리 허용과 지방시대위원회 심의를 거친 파견 대상 업무 확대 근거도 담겼다.
노동계 총력 반발…‘특례 제외’ 법안 동시 발의
노동계는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법안이 기습 발의됐다며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사회적 대화에서 본격 협의도 끝나지 않은 노동특례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약속과 정면 배치되는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즉각 철회를 요구하며 박 의원 지역사무실 앞 농성에 돌입했다. 당초 10월 23일 열릴 예정이던 노사정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 6차 회의는 10월 28일로 미뤄졌다.
법조계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김성은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는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 원칙에 반하며, 건강보호조치 등을 시행령에 위임한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짚었다.
당내 이견이 커지자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간사인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0월 21일 노동특례 조항을 전면 제외한 초광역특구법안을 따로 대표 발의했다. 고용노동부는 10월 20일 참고자료를 내고 "사회적 대화의 시한을 미리 정하지 않고, 충분한 숙의와 토론을 거쳐 반도체·AI 등 첨단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노동환경 조성에 기여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그 결과가 국회 법안 심사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하겠다"고 전했다.
국회는 노동특례가 포함된 박상혁 의원안과 특례가 빠진 최기상 의원안을 소관 상임위에서 병합해 심사할 계획이다. 정부와 국회가 정기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노사 합의와 위헌성 시비를 둘러싼 공방은 심사 과정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