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사모펀드가 과세 처분 취소를 이유로 국가에 2,800억 원대 원천징수 세액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정부가 파기환송심 끝에 전부 승소했다. 과세 처분이 취소돼 발생한 국세환급금 청구권은 실제 소득 귀속자가 아니라 세금을 떼어 낸 원천징수의무자에게 돌아간다는 법리가 판결로 재확인됐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6-1부(재판장 정재오, 고법판사 김선희·이원석)는 2026년 10월 22일 론스타펀드포(유에스)엘비 등 9개 투자회사가 대한민국과 서울특별시, 강남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파기환송심(2025나207021)에서 제1심 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소송비용도 론스타 측이 전액 부담하게 했다. 피고 대한민국은 법무부와 서울지방국세청이 소송을 수행했고 법무법인 태평양이 대리했다.

사실관계

론스타는 2002년부터 2007년 사이 버뮤다와 벨기에에 세운 특수목적법인을 거쳐 한국외환은행과 극동건설, 스타리스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2004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외환은행 등은 배당금과 지분 매각대금을 지급하면서 조세조약에 따라 국세를 원천징수해 과세관청에 냈다. 국세청은 벨기에 법인을 도관회사로 보고 실질 귀속자인 론스타에 국내 사업장이 있다고 보아 법인세 등 약 1,763억 원을 물렸다. 그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이 냈던 원천징수세액 환급금을 론스타의 법인세 기납부세액으로 공제·충당 처리했다.

대법원은 2017년 10월 론스타의 국내 고정사업장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법인세 부과처분을 취소하는 판결을 확정했다. 론스타는 직접 낸 세액 외에 원천징수세액 공제·충당분도 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국세청이 거부하자 2017년 12월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청구액은 본세 원금 약 1,534억 원에 소송 기간 누적된 환급가산금과 지연손해금을 더해 2,800억 원을 웃돌았다.

1심·원심 판단

제1심(2017가합589455)과 환송 전 항소심(2023나2031448)은 론스타의 손을 들어줬다. 원천징수세액이 법인세로 충당된 이상 론스타가 직접 납부한 것과 같고, 충당 관계가 풀린다고 해서 과거 원천징수 관계가 되살아나지는 않는다는 취지였다. 하급심은 국가가 법인세 약 1,534억 원을, 서울시가 지방소득세 152억 원을 반환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 판단

대법원(2024다295876)은 2025년 4월 24일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법인세 부과처분이 취소되면 기존 원천징수세액을 법인세로 공제·충당 처리했던 효력도 함께 사라진다고 판단했다. 충당 효력이 사라진 이상 원천징수세액 환급청구권은 실질 소득 귀속자가 아니라 세액을 납부한 납부 명의자인 원천징수의무자 한국외환은행 등에 귀속된다는 법리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대법원 환송 판결을 그대로 따랐다. 재판부는 원천징수세액 환급청구권이 실질 소득 귀속자에게 인정되려면 특별한 사정이 증명돼야 하지만, 론스타 측이 주장한 당사자 간 합의 등은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배척했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로 정부와 지자체는 2,800억 원 이상의 국고 지출 부담을 완전히 덜어냈다. 이진수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차관은 판결 직후 "이번 판결을 통하여 2,800억 원 이상의 국고 유출을 막아낼 수 있었다"며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하고 향후 동일·유사 쟁점이 문제되는 사건에서도 최선을 다해 국익을 보호하겠다"고 말했다.

실무적으로도 외국계 사모펀드나 다국적 기업이 세금을 다툴 때 원천징수의무자와 맺는 계약상 권리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 명확한 기준을 남겼다. 판결문에 불복하는 당사자는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재상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