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등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를 일반 살인죄보다 무겁게 가중처벌하는 형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재차 나왔다. 오랜 간병이나 학대 등 참작할 만한 동기가 있더라도 패륜 행위의 사회적 비난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헌재는 2026년 10월 22일 대심판정에서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형법 제250조 제2항 중 ‘자기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 부분에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22헌바95). 마은혁 재판관만 유일하게 위헌 반대의견을 냈다.

사실관계

청구인 A 씨는 2020년 9월 부친이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원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2021년 4월 퇴원시켰다. 이후 거동과 식사가 불가능한 부친에게 약과 치료식, 물 공급을 중단해 방치함으로써 숨지게 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정상참작감경을 거쳐 A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고, 항소심도 이를 유지했다. A 씨는 상고심 중 직계존속 가중처벌 조항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대법원이 2022년 3월 31일 상고와 함께 신청을 모두 기각하자, 같은 해 5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 판단

헌재 다수의견은 존속살해 가중처벌의 입법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직계존속 살해는 부모와 자녀 사이에 형성되는 특별한 유대와 신뢰관계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가족공동체의 존립기반을 파괴하므로 위법성 및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입법자가 일반 살인죄보다 무거운 법정형을 정한 것에는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법정형 가중으로 정상참작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기는 하지만, 행위자의 책임을 경감할 사정이 있을 때 감경 등을 통해 책임에 상응하는 형을 정할 수 있는 이상 지나치게 가혹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반 살인죄의 법정형 하한(5년 이상)에 비해 존속살해 하한(7년 이상)의 가중 정도가 지나치게 높지 않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반대의견

반면 마은혁 재판관은 모든 존속살해를 일률 가중처벌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반대의견을 남겼다. 탐욕에 눈먼 범죄뿐만 아니라 장기간 폭력이나 간병 부담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 비롯된 사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마 재판관은 “직계존속이 폭력을 일삼아 가족공동체가 인간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영역이 되어버린 경우, 피해자인 직계비속에게 존경과 보은을 근거로 처벌을 가중하는 것은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법정형 하한이 7년으로 고정돼 정상참작감경을 하더라도 징역 3년 6월에 그쳐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게 되므로 비례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결정 의의

이번 결정으로 헌재는 2002년과 2013년에 이어 존속살해 가중처벌 조항의 합헌 입장을 거듭 유지했다. 이에 따라 피고인의 사정이 아무리 안타깝더라도 자수나 심신미약 같은 별도 법률상 감경사유가 없는 한, 법관의 작량감경만으로는 집행유예를 선고할 수 없는 현행 양형 체계가 이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