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 수행 중 목숨을 잃은 공무원의 순직 심사가 길어지더라도 유족이 심사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정부로부터 생계비를 먼저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가장을 잃은 유족이 복잡한 판정 절차를 거치느라 겪던 초기 생계 공백을 국가가 메우겠다는 취지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인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경북 구미시을) 등 여당 의원 40인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 재해보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2026년 10월 21일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개정안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개정안 2건과 연계해 추진되는 이른바 '소방관 예우 3법' 패키지의 핵심 법안이다.
종전 제도 한계와 개정 내용
현행 공무원 재해보상법 제3조와 제5조는 공무상 사망한 순직공무원과 위험직무순직공무원의 요건을 규정하고, 재해보상심의회를 거쳐 순직 여부를 인정하도록 정하고 있다. 제36조부터 제43조에는 순직유족급여와 위험직무순직유족급여의 지급 근거를 마련했다.
그러나 현행법에는 심의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을 구호하는 사전 지원 규정이 없다. 순직 인정 심의가 장기화할 경우 급여 지급이 미뤄지면서 고인의 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리는 제도적 사각지대가 반복해 지적됐다. 특히 경기도 부천 화재 진압 현장에서 고(故) 김진석 소방위가 순직하는 등 현장 위험직무 공무원의 사망 사고가 잇따르며 지원 강화 요구가 커졌다.
개정안은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의 순직 인정 심의 기간 중 유족에게 '긴급생계지원금'을 사전 교부할 수 있도록 지급 요건과 세부 절차 규정을 신설했다. 최종 순직 판정이 내려지기 전이라도 유족에게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비 지원 격차와 향후 절차
위험직무 종사자의 처우 개선 필요성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2026년 예산안 기준 전국 시·도 소방예산 8조 5,967억 원 가운데 중앙정부 국비 지원 비율은 10.7%에 머물렀다. 소방공무원 전체 인건비 6조 5,129억 원 중 국가 부담 비중도 8.4% 수준에 그쳤다. 현장 화재진압수당은 2001년 월 8만 원 책정 이후 20년 넘게 동결돼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실질가치가 약 44% 하락했고, 출동 1회당 3,000원인 출동가산금도 2014년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대표발의자인 강명구 의원은 "소방관 지원을 재정 부담으로 봐서는 안 된다"며 "국민을 위해 헌신한 소방관과 그 유족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밝혔다. 공동발의자인 박성민 의원도 "부천 화재 현장 순직 등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소방공무원의 헌신에 걸맞은 실질적인 예우를 마련하기 위해 법안을 발의했다"고 말했다.
국회에 접수된 이번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 회부와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 표결에 부쳐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