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가격 담합 등으로 시정조치를 받은 기업이 10년 안에 다시 담합을 저지르면 등록 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하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은밀한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도입한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리니언시)를 활용하더라도 위법 상태를 바로잡는 시정조치는 면제받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한창민 의원(사회민주당) 등 15인은 2026년 10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상습적인 담합 행위 제재를 강화하고 자진신고 제도의 악용을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안은 부당한 공동행위로 공정위 시정조치를 받은 사업자가 처분일부터 10년 이내에 재차 담합을 저지르면, 공정위가 관계 행정기관의 장에게 해당 사업의 등록·허가 취소나 영업정지 처분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를 신설했다. 현행법상 과징금 부과나 시정명령 수준에 머물던 상습 담합 제재를 기업 존폐가 걸린 영업정지 처분 요청까지 확대한 것이다.
리니언시 제도의 적용 기준도 대폭 손질했다. 개정안은 자진신고자 감면 대상에서 공정거래법 제42조에 따른 '시정조치'를 제외하도록 규정했다.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감경받더라도 시장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공정위의 가격재결정 명령이나 위반행위 중지명령 등은 반드시 이행하도록 규정했다.
공정위의 담합 처분시효도 대폭 늘어난다. 현행법 제80조는 공정위 처분시효를 조사 개시일부터 5년 또는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7년으로 정하고 있으나, 개정안은 조사 착수 여부와 관계없이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15년으로 일원화해 연장했다. 아울러 공공 입찰담합 감시를 위해 공정위가 자료 제출과 협조를 요청할 수 있는 기관 범위에 '교육청'을 명시해 감시 사각지대를 줄이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10월 21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대규모 인쇄용지 담합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제지업체 6곳이 2021년 2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가격 인상을 담합하면서 판매가격이 평균 71% 폭등했다. 그러나 시장점유율 1위인 한솔제지는 1순위 리니언시를 신청해 과징금 1,425억 8,000만 원 전액과 공정위가 20년 만에 내린 가격재결정 명령을 모두 면제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솔제지는 최근 20년간 9차례나 담합에 적발되고도 매번 리니언시 혜택을 챙겨 출판·인쇄업계의 반발을 샀다.
한창민 의원은 "담합은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로 반복 담합 기업을 엄격히 제재해 담합 유인을 줄여야 한다"며 "자진신고를 하더라도 담합으로 훼손된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책임까지 면제해서는 안 된다"고 발의 취지를 밝혔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국감에서 "리니언시를 악용해 담합을 주도한 사업자가 부당한 이익을 챙기지 못하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개정안이 향후 소관 상임위인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하면 기업들의 컴플라이언스 체계와 리니언시 대응 전략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담합 재적발 시 영업정지 요청 대상이 되는 데다, 처분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남에 따라 장기 조사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