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행령 개정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에서 제외될 위기에 놓인 병원 등 의료기관을 법률로 보호하는 입법이 추진된다. 공제 대상 업종 지정 권한을 국회 법률 심의로 상향해 지역 필수의료 기관의 폐업 도미노를 막겠다는 취지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의힘 안상훈 의원 등 10인은 2026년 10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의안번호 2222004)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현재 대통령령에 위임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 범위를 법률 별표로 상향해 직접 규정하고,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 운영 사업을 공제 대상에 그대로 유지하도록 명시했다. 향후 대상 업종을 변경할 때도 반드시 국회 법률 심의를 거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정부가 지난 8월 입법예고한 세제개편안에 맞선 대응이다. 재정경제부는 피상속인의 경영기간 요건을 기존 10년에서 30년으로 크게 강화하고, 가업상속공제 적용 대상 업종을 한국표준사업분류 세세분류 기준 727개로 대폭 축소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전문의 자격 직종이라는 이유 등으로 병원과 약국이 제외됐다. 이에 따라 고가 의료장비와 부지 등 비유동자산 비중이 높은 지역 중소병원이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안상훈 의원은 "가업상속공제는 세금을 영구히 깎아주는 부당감면이 아니라, 과세를 뒤로 미뤄 기업이 쌓아온 기술과 일자리를 다음 세대로 잇게 하는 제도"라며 "명확한 기준도 없이 지역 필수의료를 지켜온 병원까지 공제 대상에서 내쫓는 것은 지역 의료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현행 대상 업종을 법률로 지키고 앞으로의 업종 조정은 반드시 국회 심의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병원의 공제 유지에는 여야 간 이견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 역시 10월 19일 필수의료 병원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상증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앞서 10월 6일 국정감사에서 문 의원의 질의에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지역필수의료 관련 부분은 조금 더 검토해 보겠다"며 11월 소위원회 논의 과정에서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보건복지부도 서면질의 답변을 통해 필수의료 제공 병원에 예외를 적용할 필요성을 인정한 상태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시행령 개정으로 인한 업종 퇴출 불안이 해소돼 의료기관의 승계 예측 가능성이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법안은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회부된 뒤 2026년 11월 정기국회 조세소위원회에서 정부안 및 문진석 의원안과 함께 병합 심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