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를 인도받은 지 불과 이틀도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엔진이 멈췄을 때, 매매상이 제안하는 무상 수리를 거부하고 계약을 취소해 결제 대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률 전문가들은 수리로 온전한 성능을 회복하기 어려운 중대한 하자가 발생했다면 매수인은 판매자의 수리 제안을 거절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최근 인천 소재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1999년식 중고차(주행거리 17만km)를 인도받은 20대 구매자 A 씨는 출고 30시간 만에 약 50km를 달리던 중 고속도로에서 보닛 연기와 함께 시동이 완전히 꺼지는 사고를 겪었다. 인근 정비소로 견인해 점검한 결과 엔진 블록이 붙어 교체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A 씨는 신용카드로 결제했던 125만 원의 환급과 매매계약 취소를 요구했으나, 매매상사는 엔진을 수리해 줄 테니 계약 취소는 불가능하다고 맞서 분쟁이 불거졌다.

수리 제안 거부하고 계약 해제 가능한 근거

법조계에서는 매매 목적물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매도인의 일방적인 수리 요구나 항변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민법 제580조 제1항과 제575조 제1항에 따르면 매매 목적물에 매수인이 알지 못했던 하자가 있고, 이로 인해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매수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하자가 그 정도로 중대하지 않을 때에만 손해배상 청구로 제한된다.

로시컴 법률상담 변호사는 "민법 제575조 제1항은 해제와 손해배상을 규정할 뿐 매도인이 수리해 주겠다고 제안한다고 해서 매수인의 해제권 행사가 제한된다고 정하지 않는다"며 "엔진 고장이 차량 운행이라는 계약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정도라면 수리 제안을 거절하고 해제를 주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엔진 고착의 중대성과 입증 기준

법원 역시 계약 목적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하자의 성격과 보수 가능성을 종합해 살핀다. 대법원은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해제 요건인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의 의미를 명확히 판시했다. 하자가 중대하고 보수가 불가능하거나, 가능하더라도 장기간을 요하는 등 계약해제권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뜻한다는 판단이다(2022다296776).

법원이 엔진오일 과다 소모처럼 상당한 기간과 비용 안에서 수리할 수 있는 결함에 계약 해제를 인정하지 않고, 수리비 일부의 손해배상만 인정한 사례도 있다(대구지방법원 2021나313450). 그러나 주행 중 엔진이 완전히 고착돼 원천적으로 통상 주행이 불가능해졌다면 단순 소모품 고장과는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소비자가 밟아야 할 절차와 주의사항

계약을 해제하면 민법 제548조에 따라 매수인은 차량을 반환하고 매매상은 결제 대금 125만 원에 받은 날부터의 이자를 더해 돌려주어야 한다. 차가 멈추면서 발생한 견인비와 대체 교통비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딜러가 엔진 이상을 미리 알면서도 은폐해 판매했다면 민법 제110조 제1항에 따른 사기 취소도 검토 대상이다.

다만 법적 권리를 온전히 보장받으려면 기한과 증거 확보에 주의해야 한다. 민법상 하자담보책임에 따른 해제권은 하자를 안 날부터 6개월 이내에 행사해야 한다. 자동차관리법 제58조의6 제1항에 따른 성능·상태점검기록부 허위 고지 등의 해제 사유라면 인도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행사해야 마땅하다.

전문가들은 딜러가 임의로 지정한 공업사에 차를 맡겨 수리하기 전에 공인 정비소 진단서와 견인 확인서, 엔진 사진, 매매상과의 통화 녹취를 확보하고 내용증명 우편으로 해제 의사를 통보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오토할부 등 2금융권 대출 절차가 진행 중이라면 금융기관에 분쟁 사실을 즉시 알려 대출금 지급 보류를 요청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