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기조에 따라 경찰의 1차 수사 책임이 크게 늘었으나, 사건 1건당 배정되는 평균 수사비는 1만8,000원 수준에 그쳐 현장 여건 개선과 내부 점검망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 증가와 사건 처리 지연을 막으려면 송치 전 내부 검토를 의무화하고 전문 수사 인력 양성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는 취지다.

경찰청 경찰대학 부설 치안정책연구소는 2026년 10월 23일 인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국제치안산업대전 현장에서 '수사·기소 분리에 따른 바람직한 경찰 수사체계의 방향'을 주제로 학술 발표회를 열었다. 학술대회에는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과 장한주 치안정책연구소장을 비롯해 한국공안행정학회와 한국범죄학회 등 형사사법 전문가 100여 명이 참석했다.

320만 건 몰리는데 사건당 수사비 1만8,000원

발표회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경찰에 집중된 수사 부담과 자원 부족 현실이 구체적 통계로 제시됐다. 2025년 기준 전국 사법경찰 인원은 3만 920명으로 집계됐으나, 같은 해 경찰이 접수한 사건은 입건 전 조사를 포함해 총 320만 5,709건에 달했다. 반면 경찰의 사건 1건당 평균 배정 수사비는 약 1만 8,000원에 불과해 수사 책임 확대에 걸맞은 예산 지원이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축사를 통해 "경찰은 변화된 환경에 맞춰 수사역량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책임 있는 수사기관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높여 나가야 한다"며 "이번 세미나가 학계와 현장의 경험과 지혜를 모아 수사제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뜻깊은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치 전 내부 검토와 수사직렬 분리 제안

전문가들은 무리한 실적 압박을 피하고 수사의 완결성을 높이는 방안을 내놓았다. 발제를 맡은 김일훈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송치 전 내부 수사검토체계를 강화하고 보완수사요구 분석을 통한 수사품질 관리체계 개선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보완수사 요구 건수나 비율을 수사관 평가에 반영하면 복잡한 사건 회피나 필요한 보완수사를 기피하는 역효과가 날 수 있으므로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사 인력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조직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윤동호 국민대 법학부 교수는 "존중과 신뢰를 토대로 경찰에게 권한과 재량을 부여하고 책임지도록 하면서 그에 걸맞게 신분 보장과 처우가 따라준다면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어 경찰 수사력이 향상될 것"이라며 채용 시 '범죄수사직렬' 신설, 변호사 자격자 채용 우대, 경찰대 졸업생 10년 의무복무 및 국가수사본부의 조직적 분리 방안을 제시했다. 최순호 서울디지털대 교수는 공적 역량을 본연의 수사에 집중하고 주변 공공서비스는 다른 기관과 연계하는 수사수요 관리 체계를 제안했다.

수사 지연 줄이고 적법 절차 강화 과제

이번 논의는 고소·고발인과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의 권익 보호와 직결된다. 경찰 송치 전 단계에서 적법 절차와 증거 능력을 면밀히 검증하는 체계가 안착하면 검찰과의 반복적인 보완수사 요구로 인한 사건 처리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수사 초기 디지털 증거 수집 과정의 적법성 검토가 엄격해짐에 따라 변호인의 조력 범위도 송치 전 단계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치안정책연구소는 세미나에서 나온 논의를 수사·기소 분리 대응 정책 연구과제에 반영하고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거쳐 입법 및 제도 개선안을 다듬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