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할 때 결원 1명당 2명 이상을 올려 대통령이 선택하도록 하는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대법원장이 1명만 단수 제청해 온 종전 관행을 깨고 대통령의 헌법상 임명권을 실질화하겠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 국회의원 11인은 2026년 10월 2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에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 임명 예정 대법관 수의 2배수 이상을 후보자로 제청하도록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법관 1명을 임명할 때 최소 2명 이상, 2명을 임명할 때는 최소 4명 이상의 후보자를 대통령에게 올려야 한다.
종전 관행과 단수 제청 문제의식
현행 헌법 제104조 제2항과 법원조직법 제41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제청 인원수에 관한 별도 기준이 없어, 역대 대법원장은 결원 1명당 정확히 1인의 최종 후보자만을 대통령에게 제청해 왔다.
이로 인해 대통령은 대법원장이 올린 단수 후보자를 수용할지 거부할지만 결정할 수 있었다. 복수 후보를 비교해 낙점할 기회가 원천 차단되고, 대법관 인선 권한이 대법원장 1인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배경이다.
특별검사 추천 모델 준용
개정안은 복수 후보 추천 후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 특별검사 임명 절차를 모델로 삼았다. 대법원장의 단수 제청을 원천 차단해 대통령의 실질적 인사권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김용민 의원은 "대법관 인선에 관한 권한이 대법원장 1인에게 집중되는 구조에서는 대통령의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특별검사 임명 과정에서도 복수의 후보자를 추천받아 대통령이 선택하도록 하는 만큼, 대법관 임명 절차에도 실질적인 선택권과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한 견제 장치를 강화하고, 대법관 임명 과정에서 헌법상 임명권이 보다 실질적으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라고 덧붙였다.
인사 주도권 변화와 사법부 독립성 쟁점
법안이 시행되면 대법관 최종 인선 구조의 무게중심은 대통령 쪽으로 옮겨가게 된다. 대법원장이 걸러낸 최종 1인을 사실상 사후 승인하던 관행이 끝나고, 대통령이 복수 후보군 가운데 적임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법부 독립성 보장과 행정부 수반의 인사권 행사 사이의 헌법적 균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헌법이 대법원장에게 제청권을 부여한 취지가 행정부의 사법부 개입을 차단하려는 데 있는 만큼, 대통령의 실질적 사법부 인사 개입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향후 입법 절차
개정안은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소관 미정 상태로 접수돼 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조만간 소관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된 뒤 입법예고와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