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에게 폭언하거나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민원인을 상대로 학교장이 전화와 면담을 끊고 학교 밖으로 퇴거시킬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긴급한 상황에는 사전 경고나 중지 요청 없이도 즉각 퇴거 조치하거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교육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일부개정령(대통령령 제36785호)을 2026년 10월 27일 공포하고 오는 10월 29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4월 28일 공포된 개정 초·중등교육법(법률 제21580호) 시행일에 맞춰 학교민원 대응 절차와 보호자 지원 체계를 구체화한 후속 조치다.
학교민원 대응 절차 구체화
신설된 제65조는 학교민원을 제기하는 학생이나 보호자 등의 행위가 교육활동 침해나 업무방해에 해당할 우려가 있을 때 학교장이 밟아야 할 대응 절차를 명시했다. 학교장은 퇴거요청 등의 조치를 하기 전에 민원인에게 침해 우려 사실을 먼저 알리고 해당 행위의 중지를 요청해야 한다.
민원인이 중지 요청에 응하지 않으면 학교장은 단계별 제재에 나설 수 있다. 구체적인 조치 수단으로는 전화나 면담의 일방적 종료, 학교 밖 퇴거 요청, 일시적 학교 출입 제한, 수사기관 신고 등이 명시됐다.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와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긴급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중지 요청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이들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도 뒀다.
종전 제도 한계 극복과 파장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는 교무실을 찾아와 고성을 지르거나 악성 민원을 반복해도 개별 교사가 직접 응대하며 감내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이어졌다. 일반 행정기관은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퇴거 요구나 녹음 등 법적 제재 수단이 갖춰져 있었으나 각급 학교는 명확한 시행령 근거가 없어 관리자조차 퇴거 조치를 주저해 왔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학교 차원의 제도적 방어벽이 마련되면서 일선 교사가 악성 민원인과 홀로 대면하는 부담을 크게 덜게 됐다. 민원 처리 주체가 교사 개인에서 학교장과 학교 기관 단위로 넘어가면서 정당한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현장에서 차단하는 힘이 실릴 전망이다.
보호자 지원 시책과 지원센터 설치
시행령은 교권 보호 조치와 함께 학부모와의 소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지원 규정도 신설했다. 교육부장관과 시·도교육감은 보호자의 역량 함양과 교육정책 이해를 지원하기 위한 시책을 매년 수립해야 한다(제31조의7). 다만 보호자 지원 시책 수립 규정은 부칙 제2조에 따라 시행일 다음 연도인 2027년부터 본격 적용된다.
시책 수립을 뒷받침하기 위해 공공기관이나 대학, 교육대학 등을 전국학부모지원센터와 지역학부모지원센터로 지정해 운영할 수 있는 요건도 구체화했다(제31조의9, 제31조의10). 전국센터는 정책 조사·연구와 전문 인력 연수를 맡고, 지역센터는 학부모 대상 교육·상담 프로그램 운영과 교육행정 소통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남은 과제와 현장 반응
교원 단체는 제도 도입 자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집행력을 담보할 보완책을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무분별한 악성 민원을 제어하는 신호가 될 것이라면서도 민원인이 퇴거 요청에 불응할 때 현장에서 즉시 제지할 수 있는 실효적 집행 수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역시 전담 인력과 구체적 권한이 명확히 확보되지 않으면 민원 대응 책임이 다시 교사 개인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개정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은 10월 29일부터 전국 각급 국·공·사립 초·중·고등학교에 일제히 적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