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실명을 직접 적지 않고 학과와 초성, 특정 일화만 올려 상대를 깎아내리더라도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법원은 글의 전체 맥락과 집단의 특성을 종합해 주변 사람이 피해자를 알아차릴 수 있다면 명예훼손죄와 모욕죄의 성립 요건인 피해자 특정성을 폭넓게 인정한다.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익명 플랫폼에서는 최근 특정인을 겨냥한 집단 따돌림과 악성 비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과 모욕 범죄 신고 건수는 2017년 1만3,348건에서 2022년 2만9,258건으로 5년 사이 2배 이상 늘었다. 검거 건수도 같은 기간 9,756건에서 1만8,242건으로 급증하며 온라인 공간의 언어폭력이 실제 수사로 이어지는 추세다.

가해자들은 이름 석 자를 적지 않았으니 법망을 피할 수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법리는 전혀 다르다. 대법원은 명예훼손죄에서 사람의 성명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표현 내용과 주위 사정을 종합해 누구를 지목하는지 제3자가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라면 특정성이 성립한다고 판시했다(2019도12750 판결, 2000다50213 판결). 같은 학과나 캠퍼스라는 좁은 울타리 안에서는 초성이나 학번, 동아리 활동 내역만 조합해도 대상이 쉽게 드러나므로 특정성이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비방 대상이 닉네임이나 익명이라도 처벌을 면하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는 인터넷 아이디나 닉네임만을 지목했더라도 제반 정황상 실존하는 특정 자연인과 연계돼 주변인들이 알아볼 수 있는 상태라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결정했다(2007헌마461 결정). 불특정 다수가 읽는 익명 게시판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2020도5813 판결)가 확립한 공연성 요건도 곧바로 충족한다.

적용되는 죄목과 처벌 수위는 무겁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은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허위사실을 퍼뜨린 경우에는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실 적시 없이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면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가 적용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에브리타임에서 조직적인 비방이나 저격을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기보다 즉시 법적 증거를 남겨야 한다. 작성자가 글을 삭제하면 수사기관이 추적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이다. 게시글과 댓글의 전체 화면, 해당 페이지의 웹 주소(URL), 작성 일시를 초 단위까지 확인할 수 있도록 캡처하거나 피디에프(PDF) 파일로 저장해야 한다. 다른 학과 동기들이 해당 글을 보고 피해자 본인을 지목하며 주고받은 단체대화방 메시지나 통화 기록 역시 특정성을 입증하는 핵심 정황 증거가 된다.

증거를 확보했다면 고소 절차를 신속히 밟아야 한다. 에브리타임은 학교 인증을 거쳐 가입하므로 가해자가 익명으로 글을 썼더라도 수사기관이 법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면 계정 명의자와 접속 기록(IP)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020년 11월 에브리타임 내 악성 댓글 사건 수사를 위해 본사를 압수수색해 작성자 정보를 확보했다. 다만 플랫폼 서버와 통신사의 접속 로그 보관 기간은 통상 수개월에 불과하므로 작성자가 탈퇴하거나 데이터가 지워지기 전에 고소장을 제출해야 피의자를 특정할 수 있다.

피해자는 형사 고소와 병행해 피해 확산을 막는 조치도 요구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에 따라 플랫폼 측에 권리 침해 사실을 소명해 해당 게시물의 삭제나 게시중단을 요청하면 2차 피해를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