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물품 수령 직후 부품 하자를 주장하며 가격을 깎은 뒤 곧바로 비싼 가격에 되파는 이른바 ‘되팔이’ 수법을 둘러싸고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속아서 값을 깎아줬다고 여기는 판매자들은 형사 고소를 검토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하기까지 넘어야 할 법리적 문턱이 높다고 짚는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에서 컴퓨터 본체를 220만 원에 내놓았던 판매자 A 씨는 가격 협의 끝에 170만 원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포장용 상자가 마땅치 않아 퀵서비스 차량 뒷좌석 스펀지 위에 실어 보냈으나, 물품을 받은 구매자는 돌연 "RAM 1개가 인식되지 않는다"며 실랑이를 벌였다. A 씨는 램 가격 명목으로 20만 원을 추가 감액해 최종 150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며칠 뒤 구매자가 동일 사양 램을 꽂은 해당 컴퓨터를 263만 원에 재등록해 판매 중인 사실이 드러났다.
피해를 호소하는 판매자는 기망에 따른 사기죄를 주장하지만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형법 제347조 제1항은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기죄 성립 여부는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며, 가해자의 기망행위와 피해자의 착오 및 처분행위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가 엄격히 입증돼야 한다(2000도1155 등).
법률 전문가들은 배송 과정의 변수와 고의 입증의 한계를 지적한다. 서울지방변호사회 소속 원영재 변호사는 "상대방이 수령 직후 램 인식이 안 된다고 주장하며 대금 감액을 요구한 것이 거짓일 가능성이 높더라도, 퀵 배송 과정에서의 단순 접촉 불량이었거나 실제로 당시에만 인식이 안 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대방이 이후 램을 새로 교체했거나 재장착해 재판매글을 올린 것이라면 대화 당시 행위 자체가 고의적 기망이었음을 수사기관에서 엄격하게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물건을 산 가격보다 비싸게 되파는 행위 자체도 처벌 대상이 아니다. 당사자 사이 합의로 대금을 감액해 최종 거래를 마쳤다면 이는 사적 자치 영역에 속하는 계약에 해당한다. 김태현 변호사 역시 "구매자가 실제로 고장 나지 않았음에도 허위로 주장해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한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한다"며 "중고거래 특성상 일시적 고장이나 오해일 수도 있어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불기소 처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사상 구제 수단도 실익을 따져봐야 한다. 상대방이 허위 사실로 대금 감액을 유도한 정황을 입증한다면 민법 제110조에 따라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하거나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해 볼 수는 있다. 다만 감액해 준 수십만 원을 돌려받고자 소송 비용과 입증 노력을 들이는 일은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25년 전체 전자거래 분쟁 중 개인 간 거래 비중은 62.4%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분쟁을 예방하려면 완충 포장 없는 비대면 퀵 배송을 피하고 현장에서 직접 부품 인식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대면 거래가 불가피하다면 부품 고유 일련번호(시리얼 번호)와 정상 작동 화면을 영상으로 남겨둬야 사후 법적 대응에서 증명력을 확보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