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 진단을 받고 보험사에 청구 서류를 접수한 뒤 결과를 기다리다 3년이 지나면 진단비를 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보험금을 일단 청구해 심사가 진행 중이라면 시효가 멈췄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행법상 단순 서류 제출은 시효를 확정적으로 중단시키는 조치가 아니기 때문이다.

진단 확정일부터 3년…서류 제출은 ‘최고’에 불과

상법 제662조는 보험금청구권을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시효 완성으로 소멸한다고 규정한다. 과거 2년이던 시효가 2014년 3월 11일 법률 개정을 거쳐 2015년 3월 12일부터 3년으로 연장됐다. 진단비의 경우 원칙적으로 질병의 진단이 확정된 날부터 3년의 소멸시효가 진행한다.

문제는 보험 가입자가 보험사에 서류를 접수하는 행위의 법적 성격이다. 민법 제174조에 따르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이행을 구하는 행위는 ‘최고’로 분류된다. 최고는 6개월 안에 재판상 청구나 압류·가압류 등을 거치지 않으면 소멸시효 중단의 효력을 잃는다. 보험사에서 접수 번호를 받고 심사가 진행 중이라는 이유만으로 시효가 정지되지는 않는 셈이다.

대법원 판례가 밝힌 시효 중단 기준

대법원 판례도 단순 청구 후 기한 경과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 대법원은 2012년 10월 선고한 판결(2012다35620)에서 “보험회사가 조사나 검토를 이유로 이행의 유예를 구했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민법 제174조 소정의 6개월 기간은 최종 보험금 지급 청구를 한 때부터 기산되며 그 기간 내에 소 제기 등 추가 시효중단 조치를 하지 않으면 시효중단의 효력이 상실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보험사가 추가 조사를 이유로 지급 유예를 먼저 요청한 정황이 있다면 기준이 달라진다. 대법원은 2012년 3월 선고한 판결(2010다53198)에서 채무자인 보험회사가 조사 필요 등을 이유로 채권자에게 이행 유예를 구했다면, 보험금 청구권자가 회답을 받을 때까지 최고의 효력이 이어져 6개월의 기간은 회신을 받은 때부터 기산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현장 심사 과정에서 보험사의 명시적인 유예 요청 사실을 가입자가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시효 완성을 피하기 어렵다.

금감원 분쟁조정 접수로 시효 중단시켜야

소멸시효 완성이 임박한 상황에서 보험사의 현장조사나 의료자문이 길어진다면 법적 구제 수단을 밟아야 한다. 한세영 변호사는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이며 보험사고 발생부터 진행한다”며 “시효 완성이 임박하고 보험사와 분쟁이 있는 경우에는 단순 대기할 것이 아니라 소송 제기나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신청을 통해 명확히 시효를 중단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송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40조에 따른 분쟁조정을 활용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민법상 시효중단의 효력이 발생한다. 청구권자는 진단일 기준 3년 만료 시점을 미리 확인하고, 심사가 지체될 경우 보험사로부터 이행 유예 요청 확인서를 확보하거나 분쟁조정을 접수해 불이익을 예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