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알고 지낸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기존 보험을 해지하고 새 상품 가입을 반복하다 막대한 보험료 부담과 손실을 떠안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 60대 이상 고령층 부모님이 10년 동안 30회 넘게 계약 해지와 신규 가입을 거듭해 매달 수십만 원의 갱신형 보험료를 내게 된 사례처럼, 실적과 수수료를 노린 이른바 부당 갈아타기는 법으로 금지된 불법행위다.

보험업법 제97조 제1항 제5호는 보험계약자에게 기존 계약을 부당하게 해지하게 하고 새로운 보험계약을 청약하게 하거나, 새 계약을 청약하게 한 뒤 기존 계약을 없애는 행위를 부당 승환계약으로 규정해 금지한다. 신규 계약 체결 전후 1개월 이내에 기존 계약을 소멸시키거나, 6개월 이내에 소멸시키면서 보험기간, 예정이자율, 보장범위 등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았다면 법률상 부당 승환으로 간주한다.

보험을 수시로 갈아타면 소비자는 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해약환급금 손실을 본다. 가입 연령 증가에 따라 보험료가 오르고, 통상 90일인 질병 면책기간이 다시 적용되는 심각한 불이익도 뒤따른다. 40대에 가입한 20년납 비갱신형 보험을 해지하고 노후에 갱신형 상품으로 전환하면 평생 보험료 납입 부담을 지게 된다. 설계사가 이러한 불이익을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면 설명의무 위반이자 명백한 모집질서 위반이다.

피해를 확인했다면 가장 먼저 원상복구 청구권을 검토해야 한다. 보험업법 제97조 제4항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5조 제5항에 따르면, 부당 승환계약이 발생했을 때 기존 계약이 소멸한 날부터 6개월 이내라면 계약자는 소멸된 기존 계약의 부활을 청구하고 새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다만 이 법적 권리는 기존 계약과 신계약의 보험회사가 같을 때만 적용된다.

해지된 지 6개월이 지났거나 다른 보험사 상품으로 갈아탔다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와 금융당국 민원으로 대응해야 한다. 보험업법 제102조는 보험회사가 소속 설계사의 모집상 불법행위로 계약자에게 끼친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한다. 대전지방법원은 2026년 6월 9일, 70대 부부의 기존 보험을 해지시키고 자사 보험에 가입시킨 설계사와 보험회사를 상대로 비교안내 의무 소홀에 따른 공동 손해배상 책임을 물어 총 790만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2025가소213620).

피해를 구제받으려면 객관적 증거 확보가 핵심이다. 소비자는 해당 보험사에 10년간의 보험계약 상세 내역서와 해지 내역, 비교안내 확인서를 청구해 받아두어야 한다. 설계사와 나눈 통화 녹취나 문자메시지, 자동이체 출금 내역을 정리한 뒤 보험사 소비자보호부 및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계약 취소와 기납입 보험료 환급 협상을 이끌어낼 수 있다.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부당 승환 민원은 2026년 1분기 211건으로 직전 분기 대비 54% 늘어나는 등 시장의 주요 분쟁으로 떠올랐다. 설계사가 수수료 편취를 목적으로 중요 불이익을 고의로 은폐하고 속였다면 형법상 사기죄 고소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입증 부담이 크므로 민사적 구제 절차와 금융당국 민원을 우선 병행하는 방법이 실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