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 로펌 선임 여부가 과징금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과 현장조사 과정의 위법 논란을 부인했다. 올해 급증한 과징금은 대규모 담합 사건 처분이 누적된 결과일 뿐이며, 현장조사 역시 변호사 입회와 당사자 동의 아래 적법하게 이뤄졌다는 취지다.
공정위는 2026년 10월 29일 설명자료를 내고 과징금 산정 격차로 기업들이 대형 로펌에 의존한다는 국민일보 보도에 “대형 로펌 수임 여부가 과징금액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에 적힌 금액은 조사 단계의 심사관 의견일 뿐이다. 최종 과징금은 심의 과정에서 위반 기간과 관련 매출액 범위, 부당이득 수준 등을 종합해 법령상 산정기준에 따라 위원회가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논란은 올해 공정위의 현장조사와 과징금 부과 규모가 크게 늘어나면서 불거졌다. 법률신문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공정위 누적 의결 과징금은 1조7,502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분·전분당 4개사 7,476억 원, 밀가루 7개사 6,710억 원, 설탕 3개사 4,083억 원 등 대형 담합 제재가 잇따랐다. 국민일보 등에 따르면 올해 현장조사 건수도 최근 5년 내 최다 수준으로 나타났다.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면서 한화그룹 현장조사를 둘러싼 절차적 적법성 공방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위는 지난 6~7월 한화그룹 지주사 및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 부당지원 의혹을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관이 특정 직원의 휴대전화를 조사실에 두고 가게 한 뒤 동의나 법원 영장 없이 문자메시지를 열람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정위는 이에 “당시 한화 측 변호사가 배석한 상태에서 조사공무원의 요청에 따라 직원이 스스로 휴대전화를 조작하여 보여주었으며, 조사공무원, 직원, 변호사가 함께 문자메시지 내용을 열람하였다”고 반박했다. 반면 세이프타임즈 등에 따르면 한화와 피조사 직원 측은 공정위가 영장주의를 위반해 개인 휴대전화를 30시간 동안 사실상 압수하고 문자메시지를 열람했다며 적법절차 침해를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제81조와 제82조는 공정위 공무원에게 사업장 출입 및 자료 제출 명령, 물건 조사 권한을 부여하고 이를 거부·방해하면 제124조에 따라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이는 영장에 따른 형사 강제수사가 아닌 행정조사여서 행정조사기본법 제4조에 따라 조사 목적 달성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에 그쳐야 한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행정조사가 실제로는 강제수사처럼 거칠게 이뤄지지만 사법적 견제는 검·경 수사보다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일단 한화 측의 문제 제기를 일부 받아들였다. 화이트페이퍼와 매일경제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는 9월 9일 한화 및 한화 직원 A 씨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가 내린 7월 7일자 보고·제출명령과 7월 27일자 자료제출명령의 효력은 2027년 1월 31일까지 정지됐다. 기업들이 행정조사 단계에서 조사관의 디지털기기 열람 요구에 법적 방어권을 행사하는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법원에서 과징금이 취소돼도 시정명령만 유지되면 집행 목적을 달성했다고 합리화한다는 지적에 공정위는 “과징금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법 위반행위에 대한 금지명령 등의 시정조치가 유지되면 해당 사업자의 행위가 중단될 뿐 아니라 향후 동일·유사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분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조사·심의·소송 전 단계에서 과징금 취소를 최소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서울고등법원의 본안 취소소송 변론이 진행된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10월 21일 국정감사에서 예고한 한화 현장조사 정보 사전 유출 의혹 감찰과 조사 방해 행위 처리 절차도 이어질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