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피해를 입증하겠다며 이웃집 내부의 일상 대화까지 몰래 녹음해 폭로하면 벌금형 없이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소음 자체를 녹음하는 것과 달리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유출하는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이 엄격히 금지하는 범죄다. 재판에서 증거로도 쓸 수 없다.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에는 2026년 3월경 발생한 층간소음 대자보 부착 사건으로 이웃 3명을 고소한 기초생활수급자 A 씨의 사연이 올라왔다. 피고소인 가운데 1명은 불송치 결정을, 1명은 검찰에 송치돼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으며 나머지 1명은 수사를 받고 있다. A 씨는 약식기소된 이웃이 거듭 문자와 전화를 걸어와 2차 가해 혐의로 추가 고소한 상태다.

갈등 과정에서 상대방 남편은 A 씨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는 “가해자가 층간소음 피해 입증을 위해 적법하게 녹음한 자료에 따르면 피해자의 세대 내에서 성인 남성을 오빠라고 부르며 일상적으로 함께 생활하는 대화 정황이 명확히 기록되어 있다”며 “향후 무리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경우 남성 동거인 관련 녹취록을 바탕으로 민형사상 무고 및 협박죄로 맞대응하겠다”고 통보했다. 불송치 결정을 받은 상대방 아내 역시 A 씨가 참여하지 않은 녹음 동영상을 수사관에게 증거로 제출했다.

A 씨는 일상 도청과 신상 유출 피해로 정신과에서 입원 권고를 받고 2개월간 모텔과 지인 집을 전전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경찰에 4차례 조사와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나 담당 수사관은 “내용증명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한 거다, 증거 도청기를 가져와라”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층간소음 녹음이라도 세대 내 대화가 포함됐다면 법적 평가가 달라진다고 지적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과 제14조 제1항·제2항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하거나 그 내용을 공개·누설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이를 어기면 같은 법 제16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법정형에 벌금형이 없어 유죄가 인정되면 실형이나 집행유예 등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불법 녹음한 대화는 수사나 재판에서 방어 수단으로도 쓸 수 없다. 통신비밀보호법 제4조는 불법 취득한 대화 내용을 재판이나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다. 대법원 역시 제3자가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채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파일과 녹취록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일관되게 판시했다(2020도1538, 2020므14612).

법무법인(유한) 텍스트 박종태 변호사는 “내용증명의 ‘무고·협박으로 맞대응’ 문구는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고, 그 자체로 고소가 정당해지지는 않는다”며 “상대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채 타인 간 대화를 녹음했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 되고, 이는 증거능력과 별도 고소 사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대로 층간소음 소리만 녹음된 경우는 판단이 갈린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례상 권리행사의 일환으로 내용증명을 보냈더라도 해악의 고지가 사회통념상 용인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면 형법 제283조 제1항의 협박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성립할 수 있다(2022도9187).

거듭된 연락과 대자보 부착 행위도 별도의 형사처벌 대상이다. 공용공간에 입주민을 비방하는 대자보를 붙이면 형법 제307조의 명예훼손죄가 문제 된다. 거부 의사에도 반복해 문자나 전화를 보내면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할 수 있다. 대법원은 층간소음 보복 목적으로 고의 소음을 반복 발생시킨 사안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하며 스토킹범죄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2023도10313). 박 변호사는 “상대가 문자를 계속 보내면 스토킹처벌법상 접근·연락 금지 등 잠정조치 신청 여부도 검토할 단계”라고 조언했다.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불복하거나 수사 과정의 미비점을 보완하려면 형사소송법상 구제 절차를 밟아야 한다. 고소인은 형사소송법 제245조의7에 따라 사법경찰관 소속 관서의 장에게 이의신청서를 제출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박 변호사는 “정신과 진단서·입원 권고서, 모텔·지인집 이동 내역, 가해자 문자 수신 기록은 피해의 지속성과 심각성을 보여 주는 핵심 자료”라며 “사건 간 관련성을 정리한 고소 보충서, 신상유출·불법촬영 정황 자료, 이의신청 일정 관리가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변호사 선임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는 대한법률구조공단에 무료 법률구조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