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출금받은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으로 신고돼 모든 계좌가 묶였다면, 2주를 기다려도 지급정지가 자동으로 풀리지 않을 수 있다. 피해자가 정식 서면 신고를 마치면 본격적인 피해금 환급 절차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계좌 명의인은 금융거래 제한은 물론 형사 처벌 위험까지 동시에 떠안게 된다.
도박 사이트 이용자 A 씨는 최근 사이트에서 돈을 출금받은 직후 모든 은행 계좌가 정지됐다. 은행 고객센터에서 2주 안에 서면 신고가 들어오지 않으면 10월 30일 오후 3시에 정지가 풀린다는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해제 당일 서면 신고가 접수되면서 지급정지가 그대로 유지됐다.
도박 사이트를 이용했을 뿐인데 보이스피싱 계좌로 묶이는 이유는 범죄 조직의 자금세탁 수법 때문이다. 매일경제와 로톡뉴스에 따르면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조직은 수사망을 피하려고 제3자의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도박 이용자의 환전 계좌로 직접 송금하는 이른바 삼각사기 수법을 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금된 계좌를 신고하면 도박 이용자의 통장은 즉시 사기이용계좌로 등록된다. 이에 따라 해당 계좌 출금과 전 금융기관 비대면 거래가 전면 중단된다.
계좌 명의인들이 2주만 지나면 풀린다고 오해하는 배경에는 유선 신고 후속 절차가 있다.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자산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시행령 제3조에 따르면 전화나 구술로 긴급 지급정지를 신청한 피해자는 신청일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서면 신청서와 신분증 사본을 금융회사에 내야 한다. 3영업일이 지난 뒤 금융회사가 추가로 정한 14일 안에도 서류가 들어오지 않으면 신청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지급정지가 끝난다.
피해자가 우편 발송 등으로 기한 안에 서면 신청서를 접수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5조에 따라 금융회사는 지체 없이 금융감독원에 채권소멸절차 개시 공고를 요청한다. 공고일로부터 2개월간 절차가 진행되고, 이후 14일 이내에 환급액이 결정돼 피해자에게 지급되므로 단순 대기로는 계좌가 풀리지 않는다. 절차가 끝날 때까지 약 2개월에서 3개월 동안 비대면 전자금융거래 제한도 계속된다.
법무법인 울림 조영준 변호사는 "피해자가 서면 신고를 마쳤다면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지급정지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의제기나 피해자와의 합의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은행에 서면 신청 접수일과 향후 절차를 서면으로 확인한 뒤 피해자에게 피해금을 돌려주고 지급정지 해제 협조를 구해야 한다고 봤다. 합의가 어렵다면 이의제기나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도박 사이트 이용자가 이의제기를 선택할 때 겪는 딜레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7조는 계좌 명의인이 개시 공고일로부터 2개월 이내에 사기이용계좌가 아니거나 정당한 권원으로 재산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소명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역시 2026년 5월 6일 무고한 명의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지급정지 이의제기 심사 표준 처리기한(5영업일 이내)과 일부 지급정지 방식을 은행권에 도입했다.
도박 환전금은 이러한 구제 제도의 보호를 받기 어렵다. 조 변호사는 "도박 사이트 환전금은 정상적인 거래 대가로 인정받기 어려워 이의제기나 소송에서 불리할 수 있고, 도박 관련 처벌 문제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짚었다. 은행에 이의신청을 하려면 도박 사이트 입출금 내역을 스스로 내야 한다. 이 자료가 수사기관에 공유되면 형법 제246조 도박죄로 입건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공범으로 몰릴 위험도 뒤따른다. 로톡뉴스에 따르면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본인 계좌가 전기통신금융사기 이용계좌로 지정되면 수사기관은 단순 도박 이용자가 아닌 자금 세탁의 통로로 의심한다"며 "도박 자금과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혼재된 경우 도박 혐의가 드러나며 사기 방조 혐의까지 연루될 위험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거짓으로 이의제기를 하거나 도박 자금을 돌려받으려 허위로 피해구제를 신청하면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제16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