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시간에 222차례에 걸쳐 피트니스 센터에서 개인 운동을 한 경찰관에게 내려진 강등처분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당사자 동의나 영장 없이 민간 시설에서 넘겨받은 출입기록과 폐쇄회로(CC)TV 영상이라도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공익이 더 크다면 징계 증거로 쓸 수 있다는 취지다.
부산고등법원 제5행정부(재판장 최환 고법판사, 전유상 고법판사)는 2026년 10월 7일 경찰관 A 씨가 부산광역시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제1심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2026누2066).
사실관계
부산의 한 경찰서 팀장 등으로 근무하던 A 씨는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약 1년 3개월 동안 평일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총 222회에 걸쳐 무단으로 근무지를 이탈했다. A 씨는 이 시간에 인근 피트니스 센터에서 요가와 줌바 등 개인 운동을 했다. 같은 기간 4차례에 걸쳐 총 12시간의 허위 초과근무를 신청해 초과근무수당 16만6,670원을 부당하게 수령하기도 했다.
부산경찰청 감찰 부서는 2024년 4월 일과 시간 중 피트니스 센터를 이용하는 경찰관이 있다는 민원을 접수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감찰관은 A 씨의 사전 동의나 법원의 영장 없이 피트니스 센터에 공문을 보내 출입기록과 CCTV 영상을 임의 제출받아 징계 자료로 썼다. 부산광역시경찰청장은 6월 25일 A 씨를 경감에서 경위로 강등하는 처분을 내렸고, A 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 기각을 거쳐 행정소송을 냈다.
1심 판단
제1심인 부산지방법원 제1행정부는 2026년 2월 12일 A 씨의 손을 들어 강등처분을 취소했다(2025구합20046). 재판부는 "경찰처럼 개인정보를 수집해 수사나 직무집행에 이용해야 하는 기관일수록 개인정보 보호법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며 "영장이나 정보주체 동의 없이 수집된 기록과 이를 토대로 작성된 진술은 증거능력이 없으므로 강등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항소심 판단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민사소송법을 준용하는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과 법관의 자유심증주의를 정한 민사소송법 제202조를 근거로 들었다. 형사소송법과 달리 위법수집증거 배제에 관한 명문 규정이 없는 행정소송에서는 증거능력을 일률적으로 배제하지 않고 피침해이익과 공익을 비교해 결정해야 한다는 법리다.
재판부는 "사설 센터가 자발적으로 협조한 점 등을 볼 때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설령 절차적 하자가 있다 하더라도 행정소송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가 근무시간 중 헬스장에 있었다는 동선과 행적 정보는 경찰공무원이라는 지위에 비추어 보호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없는 반면, 이를 활용해 경찰공무원의 복무 기강을 확립하려는 공익이 훨씬 크다"고 판시했다.
징계 수위가 과도하다는 A 씨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경찰공무원은 일반 공무원보다 고도의 청렴성과 공정성이 요구되므로, 복무 위반 행위의 예방과 공직기강 확립 등 공익이 원고가 받는 불이익보다 작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강등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판결 의의
이번 판결은 형사 수사와 달리 내부 감찰 및 행정소송 절차에서는 민간 시설이 임의 제출한 출입기록이나 CCTV 영상 등의 증거능력이 폭넓게 인정될 수 있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A 씨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대법원이 행정소송상 민간 제출 정보의 증거능력과 징계 재량권 인정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