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응찰로 입찰이 유찰되는 것을 막으려 다른 대리점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하고 투찰가격을 미리 공유한 교복 대리점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았다. 재공고 절차를 피하려는 관행적 들러리 합의라도 단 1건의 입찰에서 이뤄지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상하중학교가 발주한 교복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스마트학생복 신갈점과 스쿨룩스기흥(주)에 시정명령(향후 행위금지명령 등)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2026년 10월 13일 밝혔다(2026입담1266, 의결 제2026-196호). 담합 대상 입찰이 1건에 그쳐 위반 정도가 중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상하중학교는 2025년 8월 추정가격 약 5,190만 원 규모의 2026학년도 교복(동복·하복·생활복) 학교주관구매 입찰을 발주했다. 이 학교에 교복을 납품한 이력이 있던 스마트학생복 신갈점은 단독 응찰로 입찰이 유찰되는 상황을 막으려 스쿨룩스기흥(주)에 전화로 들러리 입찰 참여를 요청하고 투찰가격을 사전에 공유했다. 스쿨룩스기흥(주)은 이를 받아들여 들러리로 응찰했다.

공정위 판단

공정위는 두 사업자의 행위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40조 제1항 제8호가 금지하는 입찰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조항은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낙찰자나 투찰가격 등 입찰의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을 결정하거나 제한하는 합의를 금지한다. 같은 법 제42조는 위반 사업자에게 행위 중지 등 시정조치를 명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부모의 교복 구입비 부담을 덜기 위해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학교장이 입찰로 납품업체를 선정해 학생에게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다. 시·도교육청 협의회가 상한가격을 고시하면 각 학교는 상한가 범위 안에서 규격·가격 동시 입찰을 거쳐 업체를 뽑는다. 그러나 지역별 소수 브랜드 대리점이 과점 형태로 인근 학교 입찰에 반복 참가하는 시장 구조다. 이 때문에 단독 응찰에 따른 자동 유찰과 재공고 절차를 피하려고 다른 대리점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하는 관행이 이어져 왔다.

공정위는 이날 상하중학교 건을 포함해 경기 용인 처인구(15건), 울산 남구(6건), 경북 영천(29건) 등 3개 지역 중·고교 교복 구매 입찰 51건을 담합한 10개 대리점 제재 결과도 함께 발표했다. 해당 대리점들에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억200만 원이 부과됐다. 용인 처인구 입찰 건은 담합 결과 예정가격 대비 평균 낙찰률이 98.29%에 달했다.

교복 입찰 담합 제재는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 공정위는 2025년 6월에도 구미·김천·칠곡 지역 48개 학교 교복 공동구매 입찰에서 사전 낙찰자 지정과 들러리 투찰을 총 230여 차례 벌인 6개 교복대리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억9,000만 원을 부과했다. 2010년 이후 2026년 10월까지 공정위가 서울·경기·대구·광주 등 전국 중·고교 교복 구매 입찰에서 적발해 제재한 담합 사건은 총 52건이다.

소규모 입찰 1건에서 유찰을 막으려 들러리를 세웠더라도 시정명령 처분을 받으면 공공입찰 적격심사 감점이나 입찰 참가자격 제한 등 행정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교복 입찰에는 가격 하한이 없어 경쟁이 이뤄졌다면 낙찰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교복 담합에 엄중히 대응하는 한편, 관계기관 및 업계와 협력해 교복 담합 사전 예방과 감시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2026년 5월부터 전국 16개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교복대리점의 담합 징후를 집중 감시하고 있으며, 주요 교복 제조사와도 협력해 감시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