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담합해 1,120억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한제분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2년간 6회에 걸쳐 과징금을 나누어 내는 분할납부를 승인받았다. 대한제분은 공정위 결정 이틀 만에 법원에서 과징금 납부명령 집행정지 결정까지 받아내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당장의 대규모 자금 유출을 피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9월 8일 7개 밀가루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 사건에서 대한제분 주식회사가 낸 과징금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신청을 인용했다(2026국카1870, 의결 제2026-189호). 이 결정으로 대한제분은 확정 과징금 1,120억4,500만 원을 1회차 납부기한인 9월 17일부터 6회차인 2028년 9월 17일까지 2년간 총 6회에 걸쳐 나누어 낼 수 있게 됐다.

사실관계

공정위는 5월 20일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6년간 24차례에 걸쳐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판매가격과 물량을 담합한 행위를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들 업체에 시정명령과 독자적 가격재결정명령을 내리고 총 6,710억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남동일 공정위 부위원장은 당시 발표에서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식료품 가격 담합에 감시를 강화하고 엄중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대한제분에 부과된 과징금은 당초 5월 20일 발표 기준 1,792억7,300만 원이었으나, 7월 14일 의결서와 납부고지서 수령 과정에서 1,120억4,500만 원으로 확정 통지됐다. 이는 대한제분의 2025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 1조91억9,824만 원의 11.10%에 해당하는 규모다. 대한제분은 2025년 결산에서 과징금 추정액 943억5,400만 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해 연결 당기순손실 251억 원을 기록했다. 과징금 일시 납부 시 자금 운용과 유동성에 중대한 차질이 우려되자 대한제분은 분할납부를 신청했다.

공정위 및 법원 판단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103조 제1항과 같은 법 시행령 제86조는 과징금이 매출액의 1% 또는 10억 원을 초과하고, 일시 납부에 따라 자금사정에 현저한 어려움이 예상될 때 납부기한을 연기하거나 최대 2년간 6회까지 분할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과징금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기준에 관한 고시는 신청 당시 과징금 대비 현금보유액(납기일로부터 2개월 이내 만기 도래 차입금을 공제한 금액) 비율이 50% 미만인지 등을 종합 검토해 허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공정위는 이러한 요건을 검토해 대한제분의 분할납부 신청을 받아들였다.

대한제분은 행정절차인 분할납부 신청과 동시에 사법 구제 절차를 밟았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의 분할납부 승인 이틀 뒤인 9월 10일 대한제분이 신청한 과징금 납부명령 집행정지를 인용했다(2026아1412). 법원 결정에 따라 대한제분이 제기한 시정명령등취소청구의 소 본안 소송(2026누5407)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까지 과징금 납부명령 효력이 정지됐다.

파장 및 향후 절차

뉴스락 등 언론 보도에 따르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받은 기업이 공정위 분할납부 승인으로 납부 부담을 분산하고, 법원 집행정지로 본안 판결 전까지 유동성 유출을 막는 행정·사법 구제 병행 전략이 실무에서 활용되고 있다. 같은 밀가루 담합 제재를 받은 대선제분 역시 공정위에서 과징금 분할납부 인용 의결을 받았다(2026국카1867, 의결 제2026-186호). 뉴시스에 따르면 삼양사는 약 948억 원의 과징금과 가격 재결정 명령을 두고 서울고법에서 본안 판결 선고 후 30일까지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다. 전분당 담합으로 2,341억4,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주식회사 대상과 설탕 담합으로 1,383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CJ제일제당도 각각 6회와 5회 분할납부를 승인받았다.

대한제분의 과징금 납부 절차는 서울고법에서 진행 중인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중단된다. 본안 판결이 선고되면 그 선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판결 결과에 따라 승인된 분할납부 절차가 재개되거나 과징금 재산정 및 취소 후속 절차가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