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교복비 부담을 덜려고 도입한 학교주관구매 입찰에서 3년간 낙찰 학교를 미리 나눠 갖고 투찰 가격을 짜맞춘 교복 대리점들이 제재를 받았다. 가격 하한선이 없는 입찰 제도를 악용해 예정가격의 98.29%에 달하는 높은 낙찰률을 유지하며 경쟁을 가로막은 결과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10월 1일 용인시 처인구 소재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교복 구매 입찰에서 부당한 공동행위를 한 사업자 4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7,200만 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2026입담1424, 의결 제2026-204호). 제재 대상은 스마트학생복 용인점, 아이비클럽 용인점, 엘리트학생복 용인점, 쎈텐학생복 용인점이다. 이 가운데 사업자 1곳의 최대 과징금 부과액은 3,900만 원이다.

사실관계

스마트학생복 용인점 등 4개 대리점은 2022년 9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경기 용인시 처인구 소재 중·고등학교가 발주한 교복 학교주관구매 입찰 총 15건에서 낙찰 예정자와 투찰 가격을 사전 합의했다. 스마트학생복 용인점은 2022년 입찰 3건에서 유찰을 막으려고 다른 대리점에 들러리 참여를 요청했다. 2023년부터는 저가 수주를 막고 목표 물량을 확보하고자 낙찰 희망 학교 명단을 다른 사업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미리 공유하며 협조를 구했다. 다른 대리점들은 이를 받아들여 일부 입찰에서는 투찰 가격까지 사전 합의해 실행에 옮겼다.

교복 학교주관구매 제도는 학교장이 규격과 가격을 평가하는 공개경쟁입찰로 납품업체를 직접 선정해 학생들에게 일괄 공급하는 방식이다. 매년 시·도교육청 협의회가 상한가격을 공고하면 각 학교가 그 범위 안에서 입찰을 부치는데, 입찰 가격에 별도 하한선은 없다. 교복은 학교마다 디자인과 원단이 달라 재고 활용이 어렵고 특정 지역 소수 대리점 위주로 입찰이 이뤄진다. 이 때문에 사업자들이 유찰을 피하고 물량을 나누려 담합에 나설 유인이 컸다.

공정위 판단

공정위는 이들 4개 대리점의 합의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제8호가 금지하는 입찰 담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해당 조항은 사업자가 입찰에서 낙찰자나 투찰 가격, 낙찰 비율 등을 결정하는 합의를 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공정위는 같은 법 제42조와 제43조에 따라 4개 대리점 전원에 법 위반행위 금지 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했다.

실제로 담합이 이뤄진 입찰 15건의 예정가격 대비 평균 낙찰률은 98.29%를 기록했다. 세이프머니와 경기일보에 따르면 공정위 관계자는 “교복 입찰에는 가격 하한이 없어 경쟁이 이뤄졌다면 낙찰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었다”며 “담합이 없었던 2021년 낙찰률은 90.08%였는데 담합으로 약 8%포인트 높아졌고, 소비자 가격에도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장 및 향후 일정

이번 처분은 공정위가 10월 13일 발표한 3개 지역 교복 입찰 담합 동시 제재의 일환이다. 공정위는 용인 처인구를 비롯해 용인 기흥구(2개점, 1건 담합, 시정명령), 울산 남구(2개점, 6건 담합, 과징금 900만 원), 경북 영천(2개점, 29건 담합, 과징금 2,100만 원) 등 19개 중·고교가 발주한 입찰 담합 51건을 적발해 대리점 10곳에 과징금 총 1억200만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가 2010년 이후 전국에서 적발·제재한 교복 입찰 담합은 총 52건에 이른다.

공정위 제재 이후 후속 법적 조치 필요성도 거론된다. 경기매일에 따르면 지자체와 교육계에서는 경기도교육청 차원의 계약 체결 절차 점검과 지방계약법 등에 근거한 부정당업자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찰률 상승 차액(90.08%에서 98.29%)을 두고 학교·학부모 측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겨레와 기호일보에 따르면 공정위 관계자는 “민생경제의 안정을 위협하고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는 교복 담합에 엄중히 대응하는 한편, 관계기관 및 업계와 협력해 교복 담합 사전 예방과 감시 강화에도 힘쓸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