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자기자본을 웃도는 1,830억 9,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조동아원이 과징금 납부기한 연장과 분할납부를 승인받았다. 일시 납부에 따른 유동성 위기는 피하게 됐다. 다만 제분사들이 공정거래위원회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로 맞서면서 최종 납부 규모와 시기는 법원 판결로 가려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9월 8일 '7개 밀가루 제조·판매사업자의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건'에서 사조동아원의 과징금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신청을 인용했다(2026국카1871, 의결 제2026-190호). 공정위는 같은 날 함께 담합 제재를 받은 삼양사(의결 제2026-185호), 대선제분(제2026-186호), 한탑(제2026-187호), 삼화제분(제2026-188호), 대한제분(제2026-189호)의 납부기한 연장 및 분할납부 신청도 모두 인용했다.
앞서 공정위는 5월 20일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에 총 6,710억 4,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제40조 제1항 제1호(가격 결정·유지·변경) 및 제3호(거래 제한)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담합 사건 처분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중 사조동아원에 부과된 과징금은 1,830억 9,700만 원으로 7개 사업자 가운데 가장 컸다.
7개 제분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약 6년 동안 기업 간 거래(B2B)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총 24차례 합의하고 실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심·팔도·풀무원 등 제면·제과업체와 대리점에 공급하는 물량이 대상이었다. 이들은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세금 471억 원을 투입해 보조금을 지급하던 2022년 6월부터 2023년 2월 사이에도 담합을 멈추지 않았다. 2006년 밀가루 가격 담합으로 약 435억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지 20년 만에 다시 적발된 것이다.
남동일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은 처분 당시 브리핑에서 "라면, 빵, 과자 등 국민 먹거리의 핵심 원료이자 대표적인 국민 생활 품목인 밀가루의 가격 등을 놓고 시장점유율 90%에 이르는 제분사들이 약 6년에 걸쳐 은밀하게 실행한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사조동아원이 분할납부를 신청한 것은 과징금 규모가 회사 자기자본(약 1,270억 원)을 144% 웃돌아 일시에 내면 자금 사정에 현저한 어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제102조는 부과된 과징금이 매출액의 1% 또는 10억 원을 초과하고 일시 납부 시 자금 사정에 현저한 어려움이 예상되면 납부기한을 연장하거나 분할납부하게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공정위 고시인 '과징금 납부기한 연기 및 분할납부 기준에 관한 고시'는 상환 차입금을 제외한 현금보유액이 과징금의 50% 미만인 경우 등 정량 기준을 충족하면 담보 제공 등을 조건으로 최장 2년 이내 분납을 허가하도록 규정한다.
연합뉴스와 데일리안에 따르면 공정위 관계자는 과징금 분할납부 허가 요건을 두고 "크게 3가지 정량적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분납이 허가되며, 기준을 통과할 경우 기계적으로 허가가 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올해 대규모 식품 담합 사건에서 잇따라 분납을 승인했다. 5월에는 설탕 가격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CJ제일제당(1,383억 원, 5회 분납), 삼양사(1,302억 원, 6회 분납), 대한제당(1,273억 원, 6회 분납)에 최장 2년 분할납부를 인용했다. 7월에는 전분당 담합으로 2,341억 4,1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대상에 2028년 10월까지 6회 분할납부를 승인했다.
사조동아원, 삼양사, 대한제분 등 제분사들은 분할납부 승인과 별개로 법원에 시정명령 및 과징금부과처분 취소소송과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고등법원이 사조동아원과 삼양사 등의 과징금 납부명령에 집행정지 결정을 내리면서, 납부명령 효력은 본안 판결 선고일까지 정지됐다. 최종 과징금 액수와 납부 일정은 향후 서울고법 본안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형사 재판과 행정 이행 점검도 함께 진행된다. 공정위는 1월 검찰 고발요청에 따라 7개 제분사 법인과 가담 임직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해 형사절차가 진행 중이다. 공정위가 7개 제분사에 부과한 3개월 이내 독자적 가격재결정 명령과 향후 3년간 반기별 가격 변경 내역 보고 의무도 이행 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