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과 연구기관이 인공지능(AI) 개발이나 신사업 기획을 추진할 때 겪던 가명정보 확보와 결합 절차의 실무 장벽이 낮아진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원스톱 지원 서비스와 현장 실무 사례를 공유해 각 기관이 내년도 연구·사업 과제를 사전에 기획하도록 지원에 나선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은 2026년 10월 28일 서울 중구 연세재단 세브란스빌딩 6층 써밋원 서울역점에서 '2026년 가명정보 활용 지원체계 성과공유회'를 개최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개인정보정책국 데이터안전정책과가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가명정보 활용을 준비 중인 기업,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연구기관 등 민·관 관계자 150여 명이 참석했다.

가명정보 제도는 2020년 8월 개인정보 보호법 개정(데이터 3법 시행)으로 도입돼 올해 6년 차에 접어들었다. 현행 개인정보 보호법 제28조의2는 통계작성, 과학적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가명정보를 처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서로 다른 개인정보처리자 간 가명정보 결합은 법 제28조의3에 따라 지정된 결합전문기관이 수행하며 승인 없이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 법 제28조의4는 추가 정보의 분리 보관 등 안전조치 의무와 특정 개인을 알아보기 위한 재식별 금지 원칙을 두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연구나 신규 서비스 기획에 필요한 기관 간 데이터 결합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연구기관은 데이터 확보와 가명처리·결합 절차가 복잡해 어려움을 겪었고, 데이터 보유기관 역시 제공 절차와 협력 과정에서 실무 부담을 안아왔다. 두 기관은 지원센터 운영과 컨설팅으로 축적한 성공 사례를 나누고 현장의 이해도를 높이고자 이번 자리를 마련했다.

성과공유회에서는 4개 연구기관이 이종 데이터를 결합한 주요 연구 과제를 발표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김민규 차장)은 경찰청 교통사고 정보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 정보를 결합한 '고령 운전자의 교통사고와 건강상태 간 특성 연구'를 소개했다. 이민정책연구원(유민이 실장)은 외국인 수급 대상자 규모를 추정하는 '외국인의 기초생활 잠재적 수급자 분석'을, 국민체육진흥공단(김용재 과장)은 체력 측정 정보와 건강보험 정보를 결합한 '국민체력100 참여자의 체력 수준 및 건강증진 효과 분석'을 공유했다. 한국연구재단(차소영 실장)은 재정지원 사업의 중장기 효과를 가명정보 결합으로 검증한 'BK21 사업 수혜 연구인력의 사회 진입 및 경력 형성 성과 분석'을 발표했다.

데이터 제공기관 3곳도 실무 경험을 나눴다. 경기도청(김다영 주무관)은 '노인 간병 고위험군 분석'을, 서울주택도시공사(SH, 성진욱 수석연구원)는 '공공임대주택의 출산율 영향 분석'을, 근로복지공단(장우근 과장)은 '중소기업 취업 지원 사업의 성과 분석' 과정을 설명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가명정보 활용 지원센터가 발굴한 우수사례도 2건 발표됐다. 강원대학교의 '전암성 위병변' 위험요인 규명을 위한 지역사회 집단 추적조사 연구와 경동도시가스의 실제 거주 여부 판정 AI 알고리즘 개발 연구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가명정보 결합과 활용을 돕는 원스톱 지원 서비스와 컨설팅 지원 내용을 안내했다. 기업과 연구기관은 이 지원체계를 활용해 민간·공공 데이터를 적법하게 확보하고 결합하는 진입 장벽을 낮출 수 있다. 기업 컴플라이언스 실무자와 법조인은 안전성 확보조치와 결합전문기관 절차, 반출 심사 기준 등 실무 프로세스를 점검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지디넷코리아에 따르면 원세연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데이터안전정책과장은 "시행된 지 6년 정도 된 가명정보 제도가 의료, 금융,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며 "올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원스톱 지원 서비스 등 인프라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인프라, 제도 개선으로 가명정보 활용을 더 활성화하겠다"고 덧붙였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신규 활용 수요를 발굴하기 위해 연말에 추가 사례와 연간 지원 성과를 종합해 공유할 계획이다.